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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트랜드

‘세계 해외직접투자에서 신흥국 영향력 커지고 있다’

아시아, 남미 지역으로의 FDI 유입이 크게 늘면서 신흥국 비중이 처음으로 과반을 넘었다. 반면 유럽은 크게 위축되었다. 투자 주체 기준으로도 신흥국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의 기업인수합병을 통한 기술과 브랜드파워 강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상황이 장기화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에 더해 실물 경기 침체마저 가중되고 있다. 선진국을 대신해 세계경제의 성장을 떠받쳐 오던 브릭스를 비롯한 여타 신흥국들의 성장세도 뚜렷이 약화되어 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각국과 기업들은 생존과 위기 이후의 기회 선점을 위해 해외투자에 적극적이다. 국가들은 규제를 완화하고 FTA와 투자협정 등을 통해 외자 유인책 마련에 분주하다. 기업은 기업대로 신 시장, 사업, 기술, 법제도 변화 등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해외직접투자(FDI)의 주목할만한 특징은 무엇인지 분석한다. 해외직접투자를 주도하는 주요국들과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 전략상의 차이점과 우리나라의 해외투자특징 및 기업에의 시사점 등을 살펴본다.



세계 투자규모, 2007년 수준 아직 회복 못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크게 줄어들었던 전 세계 해외직접투자가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경제 위기 상황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점차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여러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 생산효율화, 자원 확보 등을 위해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해 말 기준 전 세계 해외직접투자 유입규모는 2010년 대비 16% 증가한 1조 5천 2백억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경제 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높은 증가세다. 중국 등 신흥개도국들의 성장에 따른 투자지출 증가와 다국적기업들의 미래를 대비한 전략적 투자가 견인한 결과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전 역대 최고치였던 2007년 1조 9천 7백억 달러에는 여전히 23% 낮은 수준이다.



세계 FDI에서 신흥국 비중 확대

신흥국이 전세계 해외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금융위기를 전후로 크게 늘었다. 유입에서는 신흥국 비중이 2007년 33.6%에서 2011년 50.9%로 과반을 넘어섰다. 유출에서는 2000년~2007년 간 선진국 대 개도국 및 저개발국 비중이 평균 83.1% 대 16.9%에서 금융위기 이후 지난 해까지는 3년 평균 71.3% 대 28.7%로 신흥국들의 투자지출이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유입은 아시아(중국,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많았다. 금융위기 전인 2008년 대비 2011년 아시아는 12%,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은 16%의 증가율을 각각 기록했다. 동유럽 및 CIS국가연합 등도 25%의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은 유입에서 25%, 유출에서 37%씩이나 크게 줄었다. 동기간 미국은 유입 26% 감소, 유출은 28% 증가했다. 일본은 유입에서는 연속 2년 동안 순투자유입감소(net divestment)를, 유출은 11% 감소했다. 금융위기 전 자원개발투자가 크게 유행했던 아프리카 지역으로의 투자유입 규모는 2008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지속 감소해 지난 해에는 2008년의 3분의 2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투자유입은 자원개발, 소비시장 성장에 따라 증가한 반면 북아프리카는 금융위기와 쟈스민 민주화 혁명 등 리스크 증가로 인해 위기 이전 3분의 1수준까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동지역으로의 투자유입도 정치 리스크 증가로 인해 2008년 최고치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남아시아 지역은 이 지역 전체 해외직접투자의 80%를 차지하는 인도로의 유입이 위기 이전의 3분이 2수준으로 감소했다.



인도네시아 브라질 투자유입, 역대 최고치

신흥개도국들 중에서는 여전히 중국으로의 유입이 많은 가운데 동남아시아 국가들로의 투자유입 증가세가 눈에 띈다. 전체 유입규모 면에서는 중국의 우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의 절반 수준이었던 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투자유입은 지난 해 중국의 94%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ASEAN 10개국 중 빅 4국가에 대한 투자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

그 중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4천 만 명의 세계 4위 인구대국으로 소비시장이 크고, 자원이 풍부한데다 제조업 평균임금수준이 중국의 60~70% 수준이어서 생산기지 이전 대상지로 각광받고 있다. 싱가포르도 미국과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에너지 및 석유화학제조업, 항공우주 및 제약분야 R&D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캄보디아, 미얀마도 저임금 생산기지와 자원개발 투자처로 주목 받고 있다.

소비시장이 급성장하는 자원의 보고 라틴아메리카 지역과 브라질도 주목할 곳이다. 브라질은 2004년 이후 연평균 5%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남미 소비시장의 팽창을 주도하고 있으며, 철광석과 곡물 등 자원개발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가 몰렸다. 지난 해 브라질은 2005년 보다 3.5배나 늘어난 670억달러의 사상 최대 규모 직접투자가 유입되었다. 이는 전체 라틴아메리카지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의 31%에 이른다. 그 중 자원과 곡물에 54%, 제조업에 33%의 직접투자가 집중됐다.

전세계 상위 5천 개 다국적기업(TNC)들의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향후 3년 내 투자가 가장 선호되는 지역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은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함으로써 앞으로도 해외직접투자 선호대상국으로 각광 받을 전망이다. 국가별 2011년 해외직접투자 유입 상위 20개 나라를 살펴보면 금융위기 발생을 전후로 한 투자유입 규모에 있어 미국과 중국의 비중이 여전히 크지만 증가율이 현저히 감소한 반면 최근 동남아시아와 남미로의 유입은 크게 늘고 증가율도 높다. 유럽은 재정위기를 전후로 감소했다.



신흥국과 선진국 간 제조업 및 자원분야 투자경쟁 심화

투자 주체의 비중에 있어서도 신흥국이 늘었다. 이에 따라 신시장과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선진국과 신흥국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이는 각국 기업들간의 인수합병 경쟁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고도 성장과정에서 축적된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국영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에 적극적이다. 위기 이전인 2007년에 비해 지난 해 세배 이상 늘어난 투자지출을 통해 선진기술을 가진 외국기업을 인수합병하고 있다. 12.5규획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10대 산업진흥계획과 7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단기간에 기술과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해외직접투자를 활용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도 전년동기 대비 53% 증가한 투자지출을 실행했다. 주로 미국과 아시아계 다국적 기업들을 인수합병하고 있다. 지리자동차의 Volvo 인수, 중궈란싱(中國藍星)의 노르웨이 반도체 기업 Orkla 인수, 중국 옌타이완화(煙台萬華)의 헝가리 유화업체 BorsodChem Zrt인수, 중국석유화학(SINOPEC)의 미국계 더본(Devon) 에너지 인수, 중국 최대 건설장비업체 샨이(三一)의 독일계 레미콘회사 푸츠마이스터(Putzmeister) 지분인수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선진국 다국적기업들도 국경간 인수합병을 통해 맞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기반 재육성과 자원에너지 분야 기업 인수합병에 적극적이다. 제조업부문에서 미국은 고용개선 등을 위해 국가정책적으로 기업들에 대한 세제지원 등을 통해 해외로 나갔던 고부가가치 첨단 자국기업들의 국내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해외진출 기업들 중 자국으로 생산시설 등을 이전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이전비용 지원, 연방법인세 감면(35%에서 28%로)을 위한 세제개혁안 마련 등 다양한 세제 및 금융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 결과 최근 GE, Ford 등은 외국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미국은 자국 제조기업들의 국내로의 유인과 더불어 첨단제조업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해외투자도 2008년 대비 70%나 늘렸다. 항공우주, 제약, 기계,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인수합병 투자가 많았다. 자원분야의 해외직접투자도 지난 해 2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미국 월터에너지(Walter Energy)의 캐나다 웨스턴콜(Western Coal) 합병, 클리프(Cliffs Natural Resources)사의 톰슨아이언(Thompson Iron Mines)사 인수 등 대규모 인수합병 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전세계 해외직접투자 유출 규모 2위의 일본도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늘렸다. 도시바의 스위스계 스마트그리드 전기기업 랜디스기(LandisGyr) 인수, 소니에릭슨의 에릭슨 지분 인수, 타케다(Takeda)제약의 스위스계 니콤드(Nycomed)사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국경간 기업인수합병 직접투자의 비중을 크게 늘렸고 그린필드형 투자는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는 모습이다. 현지 시설투자 등을 해야 하는 그린필드형 투자에 비해 관심대상 기업과 기술에 대한 인수합병을 통해 투자를 통한 성과창출의 속도를 늘리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신흥국 다국적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투자지출 확대는 경영성과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였다. 2011년 전세계 다국적기업들은 해외에서의 기업활동을 통해 총 28조 달러의 매출과 7조 달러의 영업이익을 창출했으며 약 7천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그 중 선진국과 신흥국의 각각 100대 다국적기업들의 해외사업 성과를 비교해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 면에서 선진국 다국적 기업들의 사업성과보다 신흥국 다국적기업들의 성과가 더 좋았다. 지난 해 해외사업 매출에서는 신흥국 100대 다국적기업들의 매출증가율이 22% 증가한 반면 선진국 기업들은 6%에 그쳤다.



우리나라, 인수합병형보다 그린필드형 투자 증가세

우리나라의 투자는 세계적 추세와 비교했을 때 양상을 달리하는 모습이다. 세계적으로는 인수합병형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린필드형 투자가 더 크게 증가하고 투자규모도 크다.

투자 대상지역에서도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은 2007년 대비 32%나 감소한 반면 북미 지역으로의 투자는 같은 기간 63%나 증가했다. 이는 그 동안 중국이 가공무역의 생산기지로 기능해 왔으나 임금상승 등으로 인해 노동집약적 업종의 경쟁력이 감소해 동남아 등 타른 지역으로 생산효율화 과정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에너지자원 개발형 투자도 많아졌다. 북미 지역으로의 투자가 급증한 것은 에너지 공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광업투자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2006년 전체 해외투자 비중이 24%였던 현지시장 진출은 2010년 43%로 증가했고, 자원개발 투자도 13%에서 34%로 크게 증가했다.

그린필드형 투자가 늘어난 다른 이유는 제조 중소기업들의 현지투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 부문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2010~2011년 연속 10%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 같은 기간 대기업의 2.3%에 비해 급증하는 추세이다. 그린필드형 투자는 높은 수준의 현지화 능력이 전제되어야 성공 확률이 높다. 원재료 확보, 기술개발, 노동비율 관리 등 현지 생산효율화가 제대로 관리되어야 한다. 현지국의 유리한 인프라를 활용하고, 현지파트너와의 제휴 등 제도적 측면에서의 이해도 및 적응수준도 높아야 한다. 더욱이 현지 소비시장을 타겟으로 투자한다면 시장정보 확보 및 분석능력도 갖춰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현지 정보수집 등에서 대기업에 비해 제약이 많은 만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현지화 된 투자로 FDI 다변화 추세에 대응해야

세계경제 위기상황이 지속되는 중에도 국내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다양한 형태로 증가하고 있다. 그 동안 제도적 규제와 비관세 장벽 등 투자진입에 빗장을 걸었었던 개도국 및 저개발국 시장의 규제완화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투자대상국 수도 2007년 117개국에서 2011년 131개국으로 늘었다.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가 여러 지역으로 다변화 되어가고 있음에 따라 현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공부문 주도의 자원개발형 투자도 급격히 늘어나는 만큼 개발프로젝트의 특성상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업과정에서 현지리스크가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부문도 투자리스크가 크다.

중국 기업을 필두로 한 신흥국 기업들의 선진기업 캐치업을 위한 기업 인수합병이 거세다.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 기술과 브랜드파워를 빠르게 강화해 나가고 있다.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 기업들에 위협적인 경쟁상대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사업 역량의 확대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해외투자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약한 중소기업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정보와 네트워크 공유 등을 통한 기업간 협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도 투자대상국의 제도적 장벽 해소를 위해 정책협력의 여지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신흥국들에게 우리나라의 개발경험 정보공유와 인력 교류 확대를 통해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LG경제연구원 홍석빈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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