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개봉된 ‘머니볼(Moneyball)’은 성적이 하위권에 맴돌던 미국의 야구팀 오클랜드 애쓸래틱스(Oakland Atheletics)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야구단의 단장 빌리 빈(Billy Beane)은 재정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팀의 성적을 높일 방안을 강구하던 중, 어느 한 경제학자를 고용하여 야구 선수의 기록 등에 대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실력 대비 저평가된 선수들을 가려내어 최소한의 자금으로 영입하였고, 그 이후 4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다. 기업과 야구의 생태는 다소 다르지만, 이 상황을 기업에 비유해 보면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좋은 인재를 선발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최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Ⅰ. HR에서의 데이터 기반 경영기업의 경영자가 사람과 관련하여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어떤 이력·특성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입사 후에 최상의 성과를 발휘할까?’, ‘최고의 성과를 내는 리더는 어떤 특성을 지닌 사람들일까?’, ‘회사가 어떻게 해야 구성원들의 회사와 일에 대한 몰입과 열정을 이끌어 낼까?’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해서 쉽게 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의 특성이나 내면은 제품이나 시장(고객)처럼 숫자나 도표로 정형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실 그 동안 기업들은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과거의 관행대로 하거나, 경쟁사의 HR 프랙티스를 벤치마킹 하거나, 경험 혹은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보다 과거의 관행, 개인적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의사결정은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은 한번 시행되면 그 파급효과가 크다는 면에서 더욱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스탠포드(Stanford) 대학의 제프리 페퍼(Pfeffer)와 로버트 셔튼(Sutton) 교수는 요즘과 같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기존의 관행, 경험, 벤치마킹 보다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증거에 의거해 의사결정을내리는 ‘증거 기반의 경영’(Evidence-based Management)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HR 데이터에 숨어있는 성과 창출 기회사람에 대한 데이터의 분석은 경영자가 HR 관련 의사 결정을 할 때, 보다 객관화된 증거를 제시해 줄 수 있다. 조직에서 데이터를 의사결정에 활용한다는 개념을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고객의 구매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마케팅을 하는 것, 재무 데이터를 통해 리스크 요인을 도출하는 것, 계절적 변동을 고려해 물류 계획을 세우는 것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 의사결정은 마케팅, 재무, 물류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 구성원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그 결과가 조직 전체 차원의 성과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HR 의사결정 역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Ⅱ. HR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성과 향상 사례들1. 제록스(Xerox)의 고성과 DNA 찾기HR 데이터 분석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선발해야 입사 후에 고성과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흔히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는 활동으로서 이력서 항목의 재조합 또는 가중치 조정, 면접 프로세스 정형화, 면접관 교육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발 프로세스 그 자체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 조직이 활용하는 선발 기준을 통과하고, 면접 프로세스를 거쳐 입사한 사람들이 성과를 낼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 중 하나는 ‘현재 조직 내부의 고성과 직원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선발 기준 및 면접의 중점 점검 포인트로 삼는 것’을 들 수 있다. 2. PNC 파이낸셜(Financial)의 ‘외부 영입 vs. 내부 충원’ 고민 해결다양성에 기반한 창의성이 중시되면서, 최근 많은 기업들이 외부로 눈을 돌려 경력자의 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직 입장에서는 많은 보상을 제공하고 영입하는 경력자들이 과연 성과를 잘 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HR 데이터 분석은 ‘외부에서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 아니면 내부의 사람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의 기준을 제공해 줄 수 있다. 3. 구글(Google)의 베스트 리더 특성 찾기‘베스트 리더의 요건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거의 모든 경영진들이 찾고자 할 것이다. 그 만큼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리더, 구성원들이 존경하는 리더를 선발하고 육성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열망은 매우 크다는 의미다. 이에 많은 기업들은 리더들의 성과 또는 경력 이력을 관리하는가 하면, 다면평가 등을 통해 리더십을 측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리더십에 대한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활용되지 않고, 단순히 리더 개인별로 연말에 1회성으로 제공되는 피드백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리더와 관련한 HR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면 앞서의 ‘우리 회사에서 고성과를 내고, 존경 받는 베스트 리더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는 도출할 수 있으며, 이는 리더의 선발 및 육성에 가치 있는 의사결정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4. 로위스(Lowe's)의 구성원 몰입 향상 활동기업들은 구성원들의 조직몰입이나 직무만족도를 살펴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매년 실시하곤 한다. 이는 ‘구성원이 회사에 충성하고 몰입할수록, 담당하는 직무에 만족할수록, 기업 성과도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Assumption)’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안타깝게도 다수의 기업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일차원적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예컨대, ‘직무에 만족하는 직원이 몇 퍼센트이다’, ‘작년에 비해서 몰입도가 몇 퍼센트 상승하였다’, ‘어떤 부서의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높다’ 등과 같이, 설문조사 자료를 단순히 기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영자나 조직의 리더들은 “직원들의 몰입이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정말 중요한가? 그러면 사업성과도 좋아지는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그저 매년 직원들 불평이나 수렴하는 조사’로 폄하하곤 한다. 5. PWC의 신규 보상제도의 사전 효과 검증통상적으로 새로운 인사 제도의 시행에는 상당한 재원이 소요된다. 특히, 직원에 대한 보상과 관련한 제도에는 상당한 돈이 추가로 투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인사 제도가 효과적인 것인가’를 검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이라 할 수 있다. HR 데이터 분석은 조직이 계획하거나 시행하고 있는 인사제도의 효과성을 검증하거나 예측하는 데에 유용할 수 있다. Ⅲ. HR 데이터 분석이 성공하려면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보듯이 HR 데이터 분석은 경영진들이 사람과 관련한 의사결정 시에 궁금해 하는 점을 해결해 주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HR 데이터 분석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과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 몇가지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HR 데이터를 분석하고 싶어도 정작 조직 내에 적절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 못하여 분석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흔히, 성과평가결과, 보상 데이터 등은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한 컨설팅 업체(Knowledge Infusion)가 인사담당자 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009년)에 의하면, 이러한 기본적인 인적자원 관련한 데이터를 갖춘 기업은 45% 수준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목적에 부합하도록 데이터와 분석 방법을 디자인해야…단순히 ‘데이터가 있고, 통계적 지식이 있어서 여러 데이터들을 분석하는 것’은 조직 차원의 의사결정에 가치를 주지 못한다. 경영진이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는데에 있어서 궁금해 하는 이슈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려는 목적에 맞도록, 이에 적합한 데이터를 선택하고 분석 방법을 디자인해야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을만한 결과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했지만 정작 의사결정에 활용되기 어려울만한 결과를 내놓는 소위 ‘분석 따로, 결정 따로’의 현상은 HR 데이터 분석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어설프게 분석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요즘 빅 데이터(Big Data)를 비롯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HR 데이터 분석도 이 같은 경영의 흐름에 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기준, HR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38억 달러에 이른다는 리서치 기관 가트너(Gartner)의 조사는 HR 데이터 분석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정작 HR 데이터 분석을 할 내부적 역량이 갖춰 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의 시류에 휩쓸려 어설프게 분석한다면 엉뚱한 분석결과를 얻게 되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실제 기업들의 HR 데이터 분석 역량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상태인 듯 하다. 미국의 인사분야의 연구기관인 Bersin & Associates가 약 600여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2011년)를 보면, 약 56%가 HR 데이터를 수집, 측정, 분석하는 데에 매우 취약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따라서, 조직 내의 사람 관련 이슈의 원인 및 결과 등을 제대로 도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에 능숙한 전문성(통계 지식 등)과 HR 데이터 분석에 대한 경험을 보유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HR 데이터 분석 담당자를 채용 시, 통계 전문가, MBA 전공자, 산업·조직심리학 석사 학위 보유자 등 숫자에 대한 이해와 분석 역량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전제되어야…HR 데이터 분석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을 통한 성과 향상’에 있다. 이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사람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면, 제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다양한 기법으로 분석을 하더라도,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가’를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HR 데이터 분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통계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인사담당자를 포함하여 사람에 대한 이해를 잘 하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분석하고 그 결과를 해석해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원지현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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