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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트랜드/경제·마케팅

스마트폰 경쟁에 비춰진 강자들의 속내


스마트폰은 통신사업자 중심의 폐쇄적 서비스(Walled Garden)를 개방시킨 주역이다. 다양한 활용성 때문에 스마트폰이 만능폰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일부 웹 사이트와 특정 지도 서비스는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폐쇄적 현상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미디어 및 위치기반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려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OS 개발사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은 마치 90년대 중반의 PC에 대한 열기와 비슷하다. 90년대 중반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을 지칭했던 컴맹(컴퓨터 + 盲)이란 단어가 등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컴맹에서 탈출하기 위해 서적을 구입해 공부하거나 학원에 등록했었다. 최근에는 휴대폰(스마트폰을 지칭)을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을 지칭하는 모맹(모바일 + 盲)이란 단어가 새로 만들어지고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한 책자와 강좌가 연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열기는 PC 열풍이 지나간 자리를 닷컴열풍이 이어간 것처럼, 스마트폰 열풍 이후 뭔가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



스마트폰, 진정한 오픈 서비스의 수단인가?

우리는 과거에 이용할 수 없었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무선망 개방을 통해 유선 웹 서비스와 웹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할수록 뭔가 새로운 벽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최근 핫 아이템인 아이폰을 사용하면 할수록 더더욱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아이폰으로 국내 인터넷 포털에 접속하면 PC에서 보였던 애니메이션이 안 나타난다. 그리고 인터넷포털을 통해 스포츠, 뉴스 동영상을 보더라도 지원이 안 된다는 문구만 나타난다( 참조). PC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 설치를 통해 웹상의 어떤 애니메이션과 동영상도 재생할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경우 특정 웹사이트상의 재생 프로그램은 설치조차 안된다. “원래 스마트폰은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과거 통신사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했던 폐쇄적 서비스(Walle dgarden)와 무엇이 다르지?” 라는 불평만 점점 늘어난다.

원래 개방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웹에서 만능일 것 같은 스마트폰이 그렇지 못한 이유는 기술보다 애플, 노키아와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 또는 구글, MS와 같은 OS 개발사들의 배타적인 정책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업체들이 특정 웹사이트가 제대로 동작되지 못하도록 배타적인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는 원래 폐쇄적이다.

    현재 스마트폰 산업에서는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경쟁이 주목 받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는 애플리케이션을 온라인으로 유통시키는 장터이며, 플랫폼2 별로 다르게 존재한다. 심비안, 미고와 같은 노키아 OS를 설치한 스마트폰 사용자는 오비(Ovi) 스토어에서만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할 수 있다. 그리고 구글, MS의 OS를 설치한 스마트폰도 해당 OS와 연동되는 애플리케이션만 받아 설치할 수 있다. 물론 노키아 OS를 설치한 스마트폰에서 오비 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 윈도우마켓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업체들의 폐쇄적인 플랫폼 정책으로 실현이 어렵다.


  • 웹 기반의 미디어, 위치기반 서비스도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

    원래 개방적이어야 할 웹을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면 일부 미디어 및 위치기반 서비스가 제한적이다. 이는 스마트폰 제조사 및 OS 개발사들이 이들 서비스에 대해 뭔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디어(게임, 웹 애니메이션, 동영상)관점에서 보면 관련 업체들은 타 사의 미디어플랫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어도비의 플래쉬와 MS의 실버라이트로 만들어진 웹을 접속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만들었다. 구글도 애플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방형의 대명사인 구글도 자사의 스마트폰 OS(안드로이드 OS)에서 MS의 실버라이트를 지원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일부 웹 동영상을 볼 수 없다. 이에 MS는 모바일 윈도우 7에자사의 미디어 플랫폼인 실버라이트를 기본 탑재하였지만 플래쉬는 배제시켰다. 이처럼 최근 스마트폰은 OS별로 특정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

    또한 애플은 구글의 래티튜트5 라는 위치기반 서비스의 앱 스토어 등록을 거절했다. 그리고 애플은 지도 서비스 업체(플레이스 베이스)를 인수하여 자체 위치기반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위치기반 서비스를 선점하기 위해서 관련 업체(키홀)를 인수했고, 서비스 확대를 위해 무료로 네비게이션 기능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MS사와 노키아는 지도 서비스 및 디지털 지도 제작 업체를 인수하여 위치기반 서비스 플랫폼을 확보했다. 이처럼 몇몇 업체들은 지도, 위치서비스와 관련된 개별 독자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 사별 스마트폰 OS에 기본탑재시키고 있다( 참조).



왜 스마트폰을 통해 미디어와 위치기반 서비스 플랫폼을 장악하려 할까?

스마트폰 OS 및 서비스 관련 업체들이 미디어플랫폼과 위치기반 서비스 플랫폼에 대해 욕심을 부리는 것도 이들 플랫폼이 가진 확장성과 수익성 때문이다. 확장 가능성이 높은 플랫폼을 장악한다면 얻게되는 수익과 혜택은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생각들이 불편함을 느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위험까지 감수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 원인1 : 미디어 플랫폼은 미래 정보단말의 컨텐츠 표준을 결정한다.

    미디어 플랫폼은 향후 TV, 게임기, 그리고 새롭게 개발될 다양한 정보기기들의 핵심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다. TV가 스마트화되면서 미디어 플랫폼이 컨텐츠를 구현시키는 주체가 될것이고, 현재의 게임기(Game Console)를 대체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눈치채고 움직인기업이 플래쉬를 개발한 어도비(Adobe)이다. 플래쉬는 PC로 접속하는 웹에서 (어도비 자체 조사) 99%의 시장 침투율을 가진 미디어플랫폼이다. 어도비는 이러한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TV 등 다양한 정보기기로 자사의 미디어 플랫폼을 확대시키려는 전략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어도비의 시도에 애플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애플은 아이맥 PC에서 잘 구현되던 플래쉬 기반 컨텐츠를 아이폰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아놓았다. 공식적으로 애플은 플래쉬가 보안문제가 있고 이를 잘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플래쉬를 배제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면에는 플래시가 PC, 스마트폰을 넘어 TV 등 정보기기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을 애플이 경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애플은 플래쉬를 배제하여 애플 생태계의 중심에 있는 앱스토어와 아이튠즈를 보호하려고 한다.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는 플래쉬 게임은 앱 스토어로 유통되는 게임을 대체해 앱스토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플이 꿈꾸는 ‘N 스크린 서비스6’가 플래쉬에 의해서 깨질 수 있어 그 싹부터 자르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구글은 애플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플래쉬 대체재인 HTML5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글은 자사의 웹 브라우저(크롬)에서 HTML5를 지원하고 있으며, 자사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도 HTML5 형식의 별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MS도 스마트폰 OS 업그레이드 및 IPTV용 솔루션 제공을 통해 자사의 실버라이트를 확대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관련 업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기존의 지배적 미디어 플랫폼인 플래쉬를 약화시키고, 각 사별로 유리한 미디어 플랫폼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원인2 : 위치기반 서비스 플랫폼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위치기반 서비스는 아직 새로운 서비스와 수익모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지배적인 플레이어가 아직 없다.

    위치 정보는 웹 정보와 결합되어 새로운 서비스로 재탄생된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서비스는 사용자가 있는 지역 주변의 간단한 정보와 이와 관련된 이벤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구글의 래티튜트처럼 친구 또는 가족과 자신의 위치 정보를 공유하는 SNS(Social Network Service)와 결합한 형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아이폰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Layer Reality Browser 등)처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영역으로 위치기반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이들 증강현실 서비스들은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카메라가 인식한 상점의 이름, 평가, 연락처, 거리 등 주변 정보를 한 화면으로 알려준다.

    위치기반 서비스는 사용자 위치에 맞는 정보(광고 포함)를 찾아주는 지역 광고 검색이라는 수익사업으로 직결된다. 이 같은 광고 수익원확대가 구글의 모바일 시장 진입 배경이기도 하다. 다른 업체들도 지역 광고 검색이라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애플은개발자들이 모바일 광고를 하기 위해 위치 정보를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없도록 금지시켰고, 모바일 광고업체(콰트로 와이어리스)를 인수하는 등 지역 광고 검색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노키아 역시 위치 기반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해서 지도 서비스(게이트5) 및 데이터 개발사(나브텍)를 인수하고 모바일 광고회사(엔포켓)를 인수함으로써 위치기반서비스와 지역광고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했다.MS도 최근 출시된 모바일 윈도우 7에 자사의 지도서비스를 기본 탑재했다.

이처럼 구글, 노키아, MS는 OS를 통해서 스마트폰에 각사의 지도 서비스를 기본 탑재하여 개별 플랫폼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애플은 최근 인수한 지도 서비스 업체를 통해서 구글의 영향력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디어와 위치기반 서비스 플랫폼의 폐쇄화는 얼마나 지속될까?

    크게 3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기존의 폐쇄화가 지속되는 케이스고 나머지 둘은 플랫폼이 개방화되는 경우가 될 것이다.

    • 시나리오1 : 당분간 플랫폼간 폐쇄화 지속

      플랫폼간 팽팽한 경쟁이 당분간 또는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다. 미디어와 위치기반 서비스의 중요성이 큰 만큼 관련 업체들이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업체들간의 힘의 균형도 쉽게 깨질 것 같지 않다. 구글은 웹서비스, 노키아는 휴대폰, MS는PC용 OS(운영체계), 애플은 컨텐츠 유통에서 독보적인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 시나리오2 : 업체간 협력을 통한 플랫폼 개방

      현재의 폐쇄적 서비스는 미디어, 위치기반 서비스 플랫폼의 통합과정을 거쳐야만 개방될 수있다. 사실 플랫폼 업체들간 수익구조가 달라 다른 기업의 희생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인 통합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만약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합한다면 기존 웹서비스 시장의 강자인 구글의 영향으로, 애플과 노키아는 지역 광고 검색시장에 진입도 못해보고 사업을 접어야 한다. 반대로 구글이 지역 광고검색 수익을 포기해야만 경쟁사들이 구글의 위치기반서비스에 동참할지도 모른다. 이 문제는 불편함에 대한 소비자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 단체행동을 하거나 정책입안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만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실행 과정에서 어렵지만 플랫폼 업체들의 자발적인 통합이 이뤄진다면 새로 나타날 플랫폼 장악을 위한 경쟁이 되풀이 되거나, 또 다른 경쟁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 시나리오3 :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주는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등장

      또 다른 가능성은 인터넷에서 포털(Portal)이 다양한 컨텐츠와 서비스를 결합하여 제공하는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미디어 및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기능 통합자(Aggregator)가 등장하는 것이다. 미디어 관점에서는 한 표준을 다른 표준으로 전환시켜 보여주는 기능이 애그리게이터 역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치기반 서비스 애그리게이터는 다양한 서비스에서 제공된 위치 정보를 한 화면에 보여줘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사용자의 생활 패턴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능도 할것이다. 만약 애그리게이터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면 미디어, 위치기반 서비스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자들의 힘겨루기 틈새에 기회는 존재한다.

    현실적으로는 당분간 지금과 같은 폐쇄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폐쇄적인 스마트폰 환경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단이 언젠가는 등장할 것이다. 지금처럼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어야 하고 기업들간의 이권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은 새로운 수단의 등장을 더디게 할 수밖에 없다.

    작은 PC라 일컬어지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 또는 OS 개발사의 배타적 정책 때문에 스마트폰은 PC에 비해 서비스 이용의 제한이 많다. 이러한 제한성 속에서 2가지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나는 몇몇 업체들이 배타적 정책을 통해 현재의 소비자 효용을 희생하더라도, 그 다음 경쟁 상황에서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마트폰 사용이 불편하다는 것은 아직 새로운 사업 기회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기존 강자들간의 틈새가 더 벌어질수록 기회도 더 커질지 모른다.



    출처 : LG경제연구원 신동형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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