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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트랜드

전자기업 경영 성과로 본 디지털시대의 성공포인트


‘0’과‘1’로 대변되는 디지털 혁명이 우리의 일상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도 벌써 10여 년이 지나고 있다. 전자산업에서는 80년대 PC의 등장으로 디지털의 영향력을 받기 시작한 이후, 90년 중반 들어 인터넷과 이동통신의 발전으로 디지털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디지털로의 전환은 세계 전자산업에 커다란 기회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다수 기업들이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계기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거나 이전의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하였다. 반면 디지털로의 전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이전의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여 성과가 계속 악화되는 기업들도 다수 존재한다.

 

디지털 시대의 성공 기업과 실패 기업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누구이며 이러한 성공 기업들의 핵심 성공요소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으로 디지털 혁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과거 10년 간 글로벌 전자기업들의 실적 분석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둔 기업들의 성공 포인트를 도출하고자 한다. 이러한 성공 포인트를 통해 디지털 산업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 대상 기업은 2005년 포츈지 선정 글로벌500대 기업 중 컴퓨터, 가전, 휴대폰 등 일반 소비자 대상 기업인 18개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글로벌 전자기업 중 지속적인 성장 기업을 가려내기 위해서 성장성과 안정성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성장성은 Profitable Growth 측면을 감안하여 순이익 기준으로 과거 10년 간 연평균 성장률을 활용하였다. 안정성은 10년 간 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중(이하 순이익률)의 절대편차를 평균 순이익률의 절대값으로 나눈 값을 기준으로 하였다. 순이익률의 절대편차는 순이익률이 평균에서 흩어진 정도를 나타내며 기저 효과(Base Effect)를 감안하기 위해 평균 순이익률의 절대값으로 나누었다. 이러한 기준을 토대로 전자산업 분야 글로벌 전자기업들을 다음과 같은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유형 Ⅰ: 지속적 성장 성공 기업

본 유형에 속한 기업들은 과거 10년 전 이전부터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탄탄한 사업구조를 구축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한 기업들이다. 델, 노키아, 캐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델은 인터넷으로직접 주문을 받아 5일 만에 배달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2003년 전세계 PC 시장의 1위 기업으로 등극하였다. 또한 노키아는 이동통신 규격에 대한 꾸준한 장기투자를 바탕으로목재 회사에서 통신 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캐논 또한 PC 등 저수익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핵심 사업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한편, 셀 생산방식을 도입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면서 고수익을 누리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이와 같이 유형 Ⅰ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핵심 경쟁력을 기반으로 높은 모방 장벽을 구축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고수익을 향유하고 있다.


유형 Ⅱ: Fast Follower 또는 위기 극복 재도약기업

유형 Ⅱ는 디지털 시대의 기회를 뒤늦게 포착하였지만 신속한 대응으로 성장에 성공한 기업들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위기를 경험한 후 구조조정과 나름대로의 혁신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기업들로 구분된다. LG, 삼성 등 국내 기업들은 전자에해당되며 애플, 모토롤라, 마츠시타 등이 후자에 속한다. 유형 Ⅱ의 대표적인 기업인 모토롤라의 경우 2001년에 순이익률이 -12.8%까지 하락한 적도 있다. 비록 버블 붕괴기였지만 노키아, LG, 삼성 등경쟁기업들이 흑자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적자였다. 그러나 반도체 부문의 분사, 비용절감을위한 꾸준한 사업재편 및 최근 레이저(RAZR)폰의 성공 등으로 2005년에는 무려 12.4%의 순이익률을 달성하였다. 마츠시타의 경우도 백화점식 사업구조에서‘V Product’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수익을 회복한 경우이다. 이와 같이 유형 Ⅱ의 기업들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을 인지하고 유형 Ⅰ의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유형 Ⅲ: 디지털 혁명의 기회를 놓친 기업

유형 Ⅲ에 속한 기업들은 디지털 혁명이라는 큰 시대적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성장의 정체가 일어나고 경기 변동에 민감한 불안한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이 본 유형에 해당된다. 이들 기업들은 기존 아날로그적 사업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디지털 시대의새로운 공격자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방만한 사업구조로 기동성이 떨어지면서 빠른 제품 대응력, 원가 경쟁력 등이 떨어졌다. 예를 들어 도시바는 고가의 프리미엄 노트북에 집중하면서델의 시장 공략에 적절히 대응하는데 실패했다. 히타치 또한 PDP 라인 증설의 기회를 놓치면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이들기업들도 현재의 구도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히타치, 도시바 등은 차세대 비메모리 반도체의 역량을 내재화하기 위해서 공동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필립스 또한 적자 사업인 반도체를 최근 매각하였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이 디지털 혁명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형 Ⅳ: 성장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

본 유형에 속한 기업들은 디지털 혁명 기회를 포착하고 그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성장을 위한 혁신성이 부족한 기업들이다. 소니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소프트 역량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디지털 제품과 콘텐츠의 시너지 효과는 그다지 크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 샤프 또한 LCD 등 고부가가치 첨단 디지털 제품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으나 완전히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만한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유형 Ⅳ의 기업들은 디지털 시대의 게임 룰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 현재의 저 성장성을 돌파하기 위해 주력 사업을 확고한 1위 자리로 끌어 올리거나 새로운 성장 사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다른 디지털 혁명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워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직 국내 대기업조차도 유형 Ⅰ에 속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전자기업들이 디지털 시대의 글로벌 강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경쟁력으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쟁력 요소는 성공한 기업 유형인 유형 Ⅰ의 기업들의 성공 포인트를 통해 도출될수 있다. 다만 유형 Ⅱ도 위기 상황 극복이라는 측면을 감안하여 성공 포인트 고려에 추가하고자 한다.

유형 Ⅰ의 기업들과 유형 Ⅱ의 위기 극복 재도약 기업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성공 포인트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남들보다 한 발 앞선 플랫폼화를 통해 스피드와 원가 측면에서 혁신을 달성하고 있다. 디지털 격변기에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이 해당분야의 플랫폼에 성공한 기업이다. 노키아는 휴대폰에서, 델은 컴퓨터에서, 캐논은 광학 기기에서 플랫폼 역량을 갖추고 확고한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사업 구조는 시장의 변화에 좀더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R&D, 생산 등 가치사슬과 조직 등 전체 비즈니스 시스템을 최적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플랫폼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부가가치가 낮은, 디지털 관련 지식은 쉽게 모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휴대폰의 경우 하나의 제품이 출시된 이후 6개월 정도이면 동일한 성능의 모방제품이 나오기 일쑤다. 그 만큼 제품 차별화를 통해 선발자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은 점점 더 단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화는 디지털 제품의 부가가치를 좀 더 향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플랫폼화가 되면 신속한 라인업 추가가 가능하고, 부품 공용화/모듈화가 이루어지면서 규모의 경제에 의한 원가 혁신을 쉽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기회 중심의 문제 해결 능력 제고

둘째, 역량 기반이 아닌 시장 기회 중심의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자신이 갖춘 기술, 인력 등 내부 역량을 토대로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러한 역량 기반의 전략은 정보의 공유가 힘들고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이 중요했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유용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면서 시장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더구나 디지털의 높은 모방 특성으로 인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따라서 내부 역량을 구축하고 나서 시장 변화에 대응할 경우 그 기회를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시장 환경 변화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부터 필요 역량을 빨리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델과 노키아의 공급자/파트너네트워크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핵심 부품 내재화로 유명한 마츠시타도 최근 지능형 침실 솔루션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급자/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과 인테리어 자재는각각 마츠시타 전기와 마츠시타 전공을 통해 내부적으로 해결하고 리폼 서비스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기회 중심의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는 디지털의 경우 복합 또는 융합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고도화는 고객의 니즈를 세분화시키고 이렇게 세분화된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공급자 중심의 접근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고객과의 밀접한 관계를 토대로 고객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솔루션적 접근 방식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IT 서비스에서 시작된 솔루션이 이제는 전자산업까지 확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역 파괴형 제품 발굴에 성공

마지막으로 영역 파괴형 제품을 발굴하여 기존의경쟁 패러다임을 변혁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처음부터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여, 대규모의 타킷 계층을 겨냥한 매스 마켓 대응 제품을 우선 출시하였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니치 마켓 대응 제품이성공을 거두고 이 제품이 매스 마켓의 게임 룰을 변화시키는 순서가 일반화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포드(iPod)와 모토롤라의 레이저(RAZR)폰은 2000년초반 적자 위기에 처해 있던 두 회사의 순이익률을현재 10% 수준으로 올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아이포드는 당시 플래시 메모리 중심의 소형의 MP3 플레이어 시장에 대용량의 하드 디스크를 채용하면서 다소 휴대하기가 불편한 MP3 플레이어였다. 레이저폰 또한 고성능의 멀티미디어폰중심의 경쟁에서 기본 성능의 슬림화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이었다. 이와 같이 이들 제품들은 기존의게임 룰 기준에서는 니치 제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로부터의 호평이 추종 세력으로 확대되면서 판매가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모토롤라의 레이저폰은 단일 제품으로 5,000만 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와 같이 영역 파괴형 제품의 발굴이 중요해진 이유는 먼저 정보의 디지털화로 그 파급속도가예전의 아날로그 시대보다 훨씬 빨라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늘어나면서 정보의 공유가 활발하게 일어나고있다. 각종 웹 사이트에 올라오는 사용 후기가 늘어나면서 참조(Reference)형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제품의 경우 각종 신호 처리가 표준화,규격화되어 있어 기업간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다. 반면 아날로그 제품의 경우 신호 조작 기술에 따라 세부 성능의 차이를 가져올 여지가 높다.

따라서 디지털 제품의 차별화의 한 방법으로 기업들은 니치마켓 대응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니치마켓에서의 성공이 곧 영역 파괴형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기 돌파를 위한 국내 기업들의 혁신이 필요한 때

국내 전자산업 또한 디지털이 가져다 준 기회를 나름대로 잘 활용하여 그 동안 높은 성장세를 구가해왔다. 1996년 38억 달러에 불과했던 전자산업 수출액은 2005년 1,02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연평균 11.5%에 이르는 놀라운 성장세이다. 이렇듯 국내 전자산업은 디지털화에 힘입어 비약적인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한국 경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6%를, 실질 GDP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 전자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전자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해 향후에도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지속해 나갈 수 있을 지 미지수이다. 전자산업 내외부적 위협 요인들이 돌출되면서 수출 성장률이 감소하고 생산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이상징후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거시 환경 측면에서는 중국 등 BRICs의 추격으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원자재 가격 급등, 환율 하락 등도 국내 전자산업의 어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산업 내부 측면에서는 기존 전자산업의 레드오션화가 빨리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전자기업들의 주력 제품들 대부분이 성숙 시장에 진입하면서 제품간 차별성이 퇴색되고 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의 재무장, 중국/대만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경쟁국 기업들의 적극 공세가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국내 전자기업들이 최근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디지털 기업들의 성공 포인트를 적절히 활용하거나 새로운 경쟁 요소를 발굴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박동욱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