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트랜드

인도 시장, 단순 저가 제품 이상의 가치를 요구한다

위멘토 2014. 4. 3. 00:01

서비스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던 인도 시장이 제조업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글로벌 제조 기업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인도시장에서의 한판 승부를 위해 투자가 시작되고 있다.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 제품으로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인도 소비자를 위한 진정한 가치를 제안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포장이 중간중간 벗겨진 도로를 온 가족을 태운 오토바이들이 위태롭게 질주한다. 병원에 오기 힘든 환자를 진료해줄 장비가 부족하다. 전기가 하루에도 수십 차례 끊기고 전압이 불안정한 집에서 전자 제품들은 쉽게 고장이 난다. 돈이 없어서 샴푸나 치약도 사용하지 못하는 인구가 절반이 넘는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이런 모습은 개발도상국가 초기에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2001년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Jim O’Neill)이 BRICs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래, 인도는 떠오르는 신흥개발국가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실제로도 거의 매년 8%가 넘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사람들은 인도시장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인도에 가보면 10년이 지난 지금도 앞에 설명한 여러 현상들을 도시 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인당 GDP를 비교해 보아도 브라질·러시아 10,000달러, 중국 4,300달러 인데 비해 인도는 1,400달러 수준이다. 중국과 달리 인도는 중앙정부의 힘이 약하고 각 주마다의 독립성이 강한 이유로 엄청난 인구를 한 방향으로 이끌기 쉽지 않다. 아직 부정부패도 만연해있다. 2010년 국제 투명성 기구에서 발표한 인도 부패지수는 178개국 가운데 87위로 중국보다도 9계단이나 아래에 있다. 이와 같이 인도는 13억의 거대한 인구를 가진 시장이지만 아직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 인도는 언제쯤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할 것인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20년 정도가 되면 지금의 중국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비스 산업에서 제조 산업으로

최근 글로벌 제조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신규 투자를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포드자동차 14억 달러, 도요타자동차 6억8천만 달러, 파나소닉 2억5천만 달러, GE 2억5천만 달러, GM 1억4천만 달러, P&G 1억 달러 등 주요 글로벌 제조 기업들이 인도시장에 더욱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FDI(외국인 직접 투자) 추이를 살펴보면 역시 제조업에 해당하는 자동차, 전자, 생활용품 산업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비스 산업에 대한 FDI 감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분야는 오히려 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의 투자가 눈에 띈다.


무엇이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인도 시장 투자를 이끌고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 할 수 있는 것은 맘모한 싱(Manmohan Singh)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개방 정책의 국민회의당(India National Congress) 정권 유지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09년 총선에서 다수당(374석중 201석 확보)이 되어 안정적인 국가 운영이 예상된다. 인도 정부는 정책적으로 과거 서비스 산업에 집중되던 구조를 제조업 육성으로 바꾸고 있다.

둘째, 미래의 인도시장 매력을 높게 평가한 글로벌 기업들의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맥킨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5년 구매력이 있는 연 가계소득 4,500달러 이상 11,300달러 미만의 중간소득층 인구수가 2005년 대비 44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이미 치열해진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기업들의 최근 인도에 대한 급격한 투자 증가는 성장동력 모색과 더불어 중국시장에서 실패를 경험했던 것이 밑바탕이라고 분석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글로벌 기업들이 대다수의 인도 소비자들을 위한 가치 제공에 대해 자신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템포가 빨라지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인도가 빠르게 성장해도 시간적인 한계는 분명이 있다. 즉, 2015년이 되어도 여전히 가계 소득이 연간 4,500달러 미만인 인구가 78%(10억2천만명)나 된다. 실제로 구매력이 조금이나마 있는 저소득층 세그멘트를 보아도 1년에 한국 돈으로 210~480만원 정도를 번다. 4~5명이 되는 가족이 연 소득 210~480만원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빚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전이나 자동차는 현재 선진국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선진국 시장에서 10년쯤 전에 히트 치던 진부해진 제품을 그대로 들여올 수는 있다. 예컨데, 브라운관(CRT) TV나 이조식 세탁기 등을 설명서만 힌디어로 바꿔서 생산·판매할 수 있다. 즉, 매년 엄청난 성장을 하는 인도시장에서 구태여 소비자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글로벌 기업들은 잘 알고 있다. 실제 글로벌 기업들은 싼 값 이상의 가치를 일궈낸 경험들을 인도시장에서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앞으로의 인도시장은 생산 원가를 혁신적으로 낮추면서도 우수한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글로벌 제조 기업 사례

① 병원에 오기 힘든 환자를 진료

2009년 5월 GE헬스케어는 향후 6년간 30억 달러를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은 좋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가 매우 특별했던 것은 바로 저렴한 가격의 제품개발이라는 부분 때문이다. GE헬스케어는 지난 30년간 고품질 고가격 의료장비를 만드는 회사였다. 따라서 미국 R&D센터에서 개발된 제품들은 주로 선진시장에서 판매 되었고 신흥국에서는 최고급 병원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롭게 소개되었던 1,000달러의 전자심전도기 MAC400은 인도에서 개발되고 제조되었다. 메드윈 심장 재단에 따르면 인도인들은 유전적으로 25명 중 한명 꼴로 심장 질환을 겪는다. 이들을 위해 개발된 초소형 전자 심전도기로 조기에 심장 이상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 물론 개발 과정에서 GE헬스케어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손상시킬 것이라는 우려들도 많았지만 결국 우수한 성능을 가진 저가의 심전도기를 개발·생산해 낼 수 있는 역량으로 그런 우려를 잠재웠다. 즉, GE헬스케어는 인도 소비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큰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제품은 거꾸로 선진시장에서도 판매되어 역혁신(Reverse Innovation)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시키게 된다.


② 가족의 안전을 위한 승용차

마루티 스즈키(Maruti Suzuki)는 1983년 합작회사 형태로 들어와서 현재 인도 승용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부터는 가격은 저렴하나 안전성이 높은 경차 모델인 알토(Alto)를 인도시장에 들여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현대, 포드, 도요타 등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인도 시장 자체에서 개발을 집중하고 있어 1위 유지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작년 마루티 스즈키 자동차도 인도 R&D 센터에 4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인도 소비자들을 위해 23개월의 개발기간 동안 1억7천만 달러를 쏟아 부어 i10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성능 및 안전성이 높고, 리터당 19.81km라는 소형차 급에서 가장 좋은 연비도 갖추고 있음에도 약 8,000달러(i30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아 인도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인도에서 생산된 i10은 유럽시장까지 진출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포드자동차 역시 피에스타(Fiest)모델을 혁신한 피고(Figo)모델을 약 8,0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로 높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인도 자동차 시장은 싸고 안전한 경차 R&D 경연장이 되어가고 있다.


③ 열악한 환경에도 적합한 가전

가전 산업에서는 특히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980년대부터 일본 가전 업체들은 인도시장에 진출했으나 높은 가격으로 인하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LG전자가 인도의 수도 델리 근처에 있는 그레이터 노이다(Greater Noida)지역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LG전자는 R&D 및 생산 현지화를 통해 일본 기업들이 제공할 수 없었던 가격대의 우수한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의 불안정한 전력이 냉장고의 잦은 고장의 원인이 되는 것을 발견하고 전력안정기를 제품 안에 넣음으로써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삼성전자 역시 최근 들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현재 인도 가전 시장은 한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도의 가전시장은 아직 잠재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수 있다. 예컨데, 2009년 인도 한자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도시 기준 가전 보급율은 TV 77%, 냉장고 33%, 세탁기 13% 수준이고 시골 지역으로 가면 더욱 떨어진다.

이러한 시장 잠재성과 중국시장에서의 교훈을 토대로 일본 가전 기업들이 최근 본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파나소닉의 경우 최근 델리가 속해있는 하리야나(Haryana)주에 첨단 가전 제조 공장 및 R&D 센터를 건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2억5천만 달러에 달한다. 또한 인도시장을 겨냥한 제품으로 2009년부터 인도 소비자들의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큐브(Cube) 에어컨을 최근 출시했다. 크기나 가격대는 기존 창문형 에어컨과 비슷하지만 세계 최초로 개발된 사선모양의 프로펠러 팬과 넓어진 송풍구를 통해 성능은 높이고 소음은 줄이는 제품혁신을 시도했다.

에어컨 전문 업체인 다이킨도 2008년 4천만 달러 규모의 최첨단 공장을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Rajastan)주에 세웠고, 올해 초에는 인도 시장을 위한 R&D 센터 건립을 발표했다.

소니 역시 기존에 고수하던 고가격 정책을 버리고 인도 대중 시장을 타겟으로한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④ 건강 향상을 위한 생활용품

상대적으로 원가 혁신에 유리한 생활용품(FMCG) 산업은 인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이다. 2013년에 약 43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조). 이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은 영국-네델란드 국적의 힌두스탄 유니레버(유니레버 지분 52%)이다. 1888년 선라이트 비누를 수출하면서 인도와 인연을 맺은 이 기업은 생활용품 및 식품 산업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힌두스탄 유니레버는 오래 전부터 인도 소비자들을 위한 혁신적인 제품을 많이 선보였는데 대표적으로 패키지 혁신을 통해 4센트짜리 1회용 샴푸·비누를 개발했다. 또한 인도 영아 사망률이 높은 것이 위생 문제와 직결되는 것을 파악하고 항균 기능이 강화된 lifebuoy 비누를 저가로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에는 인도 소비자들을 위한 더욱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고객 이노베이션 센터 건립을 발표했다.

P&G 역시 인도 생활용품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을 보고 들어왔다.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위생 및 헬스케어, 둘째는 가정용품, 셋째는 질레트 면도기가 그것들이다. 최근 들어 힌두스탄 유니레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가정용품 부문에 8천만 달러를 투자해서 인도인의 수요에 맞춘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식품 기업인 네슬레 인도법인의 회장 안토니오는 최근 인도의 식품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언급하면서 2~3년에 걸쳐 3억4천만 달러의 투자를 발표했다. 네슬레의 대표적인 혁신 제품은 인도 시골지역을 위해 개발한 매기면(Maggi Noddles)을 들 수 있다. 세계 식량 프로그램에 따르면 영양 실조에 걸린 인도 아이들이 2009년 43%에 육박한다. 특히, 이 수치는 인도 시골 지역에 집중된다고 한다. 이런 소비자를 위해 개발한 매기면은 저지방 저염분으로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건강 다이어트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한다.



인도 소비자를 위한 가치 제공

지금 인도의 소비시장에는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머지않아 다가올 폭발적인 인도 소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최근 이런 모습들이 과거와 차이가 나는 것은 단지 수요 증가에 따른 생산라인 증설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들여 인도 소비자들을 연구하고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를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풍부한 현지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대형 R&D센터를 직접 설립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인도는 제품 혁신의 허브로서 오히려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는 핵심기지가 될 수도 있다.

우리 기업은 지금까지 자동차, 가전 분야에서 당당히 시장 점유율 1,2등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인도시장의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물량 늘리기에 집중하거나 통상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 기회를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즉, 인도 시장을 과거 저개발 국가를 공략하던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철저하게 인도 소비자를 연구하고 제품을 혁신하여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진정한 의미의 프리미엄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10년간 인도시장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그리고 시장 판도에서도 많은 변화를 보일 것이다. 승패의 결정은 바로 지금 시점에 무엇을 준비하는 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진상 선임연구원 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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