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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 유동성 함정의 교훈 - 금융·재정정책의 실효성 제고 방안

위멘토 2012. 1. 24. 13:49

1. 일본의 경제 정책 실패와 ‘잃어버린 12년’

일본은 버블 붕괴가 시작된 이후 대폭적인 금융완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실시하였다. 1990년대 초반 이후 금융완화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였으며 1999년 이후 두 번에 걸친 제로금리 정책까지 사용했다. 또한, 장기 침체 12년 기간 중 7년에 걸친 대규모 재정 지출을 실시했다. 그러나 통화를 공급하고 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양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게 되었다. 대폭적인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결과 1991년부터 2002년까지 경제성장률이 평균 1.1%에 불과한 소위 ‘잃어버린 12년’이라는 장기 침체를 맞았다.

 

2. 일본의 경제정책 실패의 여섯 가지 교훈

일본의 경제 정책 실패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여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제 위기 초기 국면에서 선제적 정책 대응 시기를 놓친 초기 대응의 실기이다. 일본 정부는 1990년 초반 경제가 하락세에 진입함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높였다. 1990년 3월 기준금리를 4.25%에서 5.25%로, 1990년 8월에는 6%까지 높여 경제 침체를 가속화시켰다. 또한 재정정책의 경우, 1988년을 정점으로 일본 경제가 하락하기 시작했으나 1992년에 들어서야 경기 부양책을 실시함으로써 초기에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둘째,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미흡하였다. 거품 경제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의 부실 채권이 정리가 안 되어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금융중개기능이 살아나지 못했다. 1993년 이후 지속적인 금융완화정책에도 불구, 은행의 부실채권은 1993년 3월 16조 엔에서 2002년 3월 55조 엔까지 상승함으로써 은행의 신용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셋째,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었다. 기업 구조조정이 늦어져 과잉부채문제가 지속되어 경기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일본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1990년 240.1%에서 1998년 193.1%로 과잉 부채 문제는 9년간 이어졌다. 이에 따라 도산 건수도 1991년에서 2002년까지 증가세가 지속되었다. 반면,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에 기업 부채비율이 1997년 396.3%였는데 1999년 214.7%로 급락하며 신속하게 부채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에 따라 1998년 2만 건 이상이었던 도산 건수도 1999년 6천 건 수준으로 떨어졌다.

넷째, 재정지출의 실효성이 미약하였다. 1993년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을 위한 일련의 경제 종합대책에 따른 재정 지출은 비효율적인 공공투자로 인해 총수요 증대 효과가 미약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혼슈와 시코쿠를 잇는 연육교 사업과 니가타현의 포장도로 사업 등이 비효율적 공공투자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정책의 연속성 결여에 따라 1997년 회복세에 있던 경기가 재급락하게 되었다. 일본 정부는 1993년부터 투입된 경기 부양책 등에 의해 경제성장률이 일시 회복되자 1996년, 1997년에는 경기 부양책을 중단함으로써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다섯째, 경제 구조 개선이 병행되지 않았다. 우선 침체된 소비 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상품권 지급 정책이 실패했으며 소득세 특별 감세안이 1994년 통과되었으나 한시적인 감세로 인해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또한 금융위기를 겪은 직후인 1998년 일본 경제 개혁이 추진되었으나 개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결국 기업 구조조정, 금융건전성 회복, 과잉 고용 해소, 수도권 규제 완화 등 다양한 구조개혁은 2000년 이후에야 이루어지면서 기업의 투자 심리 회복이 장기침체 기간 동안 살아나지 않았다.

여섯째, 성급한 정책 기조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경기 회복 초기에 소비세 증세와 함께 성급한 긴축재정으로 정책을 전환함으로써 내수 회복에 실패하여 불황을 장기화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1997년 4월 이후 재정구조개혁법을 제정·도입하여 긴축정책으로 전환한 후, 1998년 3/4분기까지 긴축정책이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1997년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4.3%에서 2.2%로 급락하였으며 1997년 3/4분기는 1%, 4/4분기는 0.3%로 하락세가 지속되었다. 게다가 1998년에 들어서는 1/4분기 -1.2%, 2/4분기 -1.4%, 3/4분기 -0.7%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금리인하 정책에 의한 금리 소득 감소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1997년 4월 소비세까지 인상함으로써 개인소비 위축을 심화시켰다. 하시모토 정부는 1997년 4월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하고, 동년 11월에는 소득세 특별감세조치를 철폐하여 증세 조치를 취함으로써 개인 소비 심리 회복에 실패했다.

 

3. 국내 경제에 주는 정책적 시사점

일본의 경제정책 실패를 통한 교훈은 국내 경제의 위기 극복정책 추진에 반면 교사 역할을 한다.

첫째, 경제 침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확산에 따라 국내 경제 전반의 침체가 예상되므로 국내 경제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이를 최대한 막기 위한 선제적이고 중장기적이며 종합적인 금융·재정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경제 정책을 실시할 때에 정책 시차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둘째,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유지하여 은행 대출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국내의 경우, 금융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은행은 건전성 유지 등을 이유로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어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대출 능력 제고를 위한 자본금 확충과 같은 보다 직접적인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셋째, 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이루어야 한다. 기업 부실 확산은 경제 침체 악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기업의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 지음으로써 경기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넷째, 경제전반의 성장잠재력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공공투자가 필요하다. 재정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IT, 교육, 물류, 환경과 같은 인프라 투자에 보다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재정수지의 급속한 악화 방지를 위해 민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적극 수립해야 한다.

다섯째, 소비와 투자 심리를 높이기 위한 세제 개편,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경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재래시장의 상품유통권 우대와 같은 소비진작책과 함께 고소득층의 소비 적하효과(trickle down)를 창출하기 위해 소비세 경감과 같은 고소득층 소비진착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수도권 규제의 적극 완화, 지방에는 기업도시와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외 투자가 실현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급한 경제 정책 전환은 피해야 한다. 국내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기까지 적절하고 일관된 경기 활성화 정책이 유지되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