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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글로벌화, 경제 민족주의에 대비하라

위멘토 2014. 3. 31. 23:21

21세기 글로벌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경제 민족주의는 세계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이에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경제 민족주의가 부활한다

경제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는경제적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극단적인 자국 중심적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자국의 사기업을 국유화하는 경우 정책적 판단 때문인지 경제 민족주의의 결과인지 애매한 경우도 있지만, 최근 경제 애국주의(Economic Patriotism), 자원 민족주의 등경제 민족주의의 한 양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경제 민족주의에 포퓰리즘까지 가세하면 그 정도는 더욱 거세지는 경향을 보인다.

경제 민족주의는 기업의 소유 구조나자원 조달 문제까지 영향을 끼친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에게는 단순한 보호무역주의보다 훨씬 위협적이다.최초로 국제적 파장을 일으킨 경제 민족주의적 사건은 1970년 대 석유 자원의 무기화였다. 그 효과는 즉시 오일 쇼크로 나타나면서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세계는 경제 민족주의가 국제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절감하였다. OPEC는 산유국들이 석유 메이저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한 조직이었고, 석유파동의 주 원인도 흔히 남북 문제라 불리는 선, 후진국 간경제적 갈등이었다. 당시만 해도 경제의 글로벌화가 확산되면 이런 갈등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경제 민족주의는오히려 유럽, 아시아 등지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심지어 프랑스, 스페인 등의 EU 국가들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표 1>에서 볼 수있듯이 경제 민족주의의 사례에는 선, 후진국에 대한 구별이 없다. 실행 방법 면에서는선, 후진국 간에 다소 차이를 보인다. 선진국에서는 M&A 저지 등 기업/사업권 인수여부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후진국에서는 투자 유치 이후 제도적 규제를강화하는 사례가 주로 나타난다. 민영 에너지 산업을 강제로 국유화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가 좋은 예이다. 특히 조세 감면 축소, M&A 제한 등으로 외자 우대 정책에서후퇴하는 중국의 최근 움직임은 우리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경제 민족주의의 특징

글로벌 경제 시대에 경제 민족주의가 오히려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세계적인 에너지 문제, 선진국의 저성장, 국가간 소득 불균형 등 상존하는 글로벌 경제 이슈가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따른 자국민 실업 증가, 국부 유출에 대한우려, 정치권의 선거용 이슈화 등 국내 경제이슈들이 불씨 역할을 하면서 경제 민족주의가 갈수록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최근 확산되는 경제 민족주의는 과거와 다른 특징을 보인다. ▲ 선진국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70년대 자원 민족주의 당시에는 중동 지역 국가들이 주축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 EU 국가들과 같은 선진국들도 안보, 경제 애국주의 등을 내세워 경제 민족주의적 행태를 보이고있다. 여론 또한 실업 문제 등을 우려하여일련의 정부 조치들을 지지하고 있다. ▲ 모든 산업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20세기에는 주로 석유 등 에너지 자원 시장에서 경제민족주의가 횡행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 다양한 개입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과거 경제 민족주의의 주 실행 방안은 자원 공급 규제, 계약의강제 변경 등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기업 인수 제한, 사기업의 국유화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다.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

이러한 경제 민족주의는 글로벌 사업을 활발하게전개중인국내기업들에게도큰영향을줄 수 있다. 첫째, 기업의 성장 전략 실행에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사업망확장이나자원개발등의새로운투자기회에대한 접근 자체를 막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포스코는중국내철강업진출로아시아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철강 산업의 해외 M&A를 불허하여 가시적인성과는거두지못하고있다.

둘째,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조정을곤란하게 한다. 시장 진입과 철수에 심각한제약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006년아랍에미리트의 항만물류회사 두바이포트월드(DPW)는 영국기업 P&O를 인수했다. P&O가 가진미국 내 6개항만 사업권에 눈독을 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당연히가질수있는사업권을 결국 포기할수 밖에 없었다.미국 의회의 안보논란제기로 사업권을 매각해야 했던것이다.

셋째, 이미영업 중인 사업의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차라리 검토단계에서 정부의 불허로 투자 기회를 갖지못했다면 사업 위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투자 완료 후 규제 강화 등으로 사업 환경이변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존립 여부를 결정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특히 사회간접자본 구축 등 대규모 초기투자가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위험성이 더욱크다. 미국 에너지 기업 AFP는 20세기 초반중남미 각국의 우대정책에 힘입어 11개국에걸쳐 사업망을 대규모로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설비 구축 후 각국 정부의 간섭으로 장기간 고전하다가 주요 자산을 남미 기업들에게 넘기면서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었다.



유사시에 대비한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문제는 경제 민족주의적 행동에 대한 사후적 해결책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사후적대응책 이래 봐야 국제사법재판소, 국제분쟁조정기구 등에 제소하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해결 기간도 장기화되고 해결 보장도 없어 효과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1996년 시작된 아르헨티나와 세계적 수자원 관리 기업 베올리아(구 비방디)간의 분쟁은 10년 이상 지난 현재에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각국의 투자 환경과 사업 기회에 대한 검토를 엄밀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대응책들은 사업선택, 사업구조 수립, 운영 전략, 파트너 활용, 비상계획 수립 등 5개 분야로 나누어 볼수 있다.



● 경제 민족주의 리스크가 작은 사업을 선택하라

원론적으로 위험성과 사업성을 비교하여사업을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위험성이 크지만, 수익도 이에 못지 않게 크다면 경영진의 성향에 따라 투자를 단행할 경우도 많다.그러나 단순히 위험의 확률 분포와 기대 수익만을 가지고 사업을 선정한다면 향후 곤란해질 공산이 크다. 가능성이 아무리 작더라도 경제 민족주의의 파급 효과는 기업의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경제 민족주의와 무관한 사업을추진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가령 외국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사업은 소위 One Customer Risk에 노출될 수 있다. 현지인들을 상대로 한 B2C 사업도 수익 송금/재투자에 대한 현지 논란과문화적 갈등, 여론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는 현지 기업들을 상대로 하는 B2B 사업이 유리할 수 있다. 그 예로 과거 중남미 시장에서는 유료 도로 개발 사업(B2C)보다 전력 발전 사업(B2B)이 더 안정적이었다. 이 사업은 관련 업종 중 B2C 사업인 전력 공급 소매업과 달리 여론의 향방에 크게 좌우되지 않았다. 부수적으로 사업포트폴리오 상 어느 한 부문(또는 특정 지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방지하는 것도위험 감소에 도움이 된다.



● 독창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하라

사업의 안정성을 위한 창의적인 사업 모델을 도출,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인프라 개발등 정부 의존적인 사업이라도 사업 모델을잘 짜면 위험 방지 효과가 클 수 있다. 특히사업화 전례가 드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1900년 대 초 중남미 국가들의 교통망구축 사업에서는 요금 변경을 둘러 싼 미국기업들과 중남미 정부들 간의 갈등을 수습할 사전 장치가 별로 없었다. 그 결과 여론악화, 정부의 개입 등으로 갈등은 커졌고 미국 기업들은 사업에서 퇴출되었다. 그러나오늘날 민자 인프라 프로젝트는 일정 수준의 수익을 정부가 보장하도록 계약하여 위험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사업 모델을 만들 때에는 먼저 재무 구조를 정교하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분 투자를 줄이고 채권을 인수하는 식으로 사업체를 설립한다면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주주로 참여하는 것보다 채권자로 참여하라는 것이다. 부채 규모가 커지면 정부는 그만큼 부채 상환 부담을 우려하여 국유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채권 형태로투자하면 사업 철수라는 최악의 경우에도투자금 회수의 가능성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유사시에는 채권자 권리가 주주 권리보다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환사채 등의 주식 관련 채권으로 투자한다면 주주가 될 수도 있어 선택권이 더 넓어진다.

각종 권리에 대한 계약을 분리해 놓는것도 유용하다. 예를 들면 경영 관련 계약과설비 소유권을 미리 분리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은 경영 만 책임지고 설비 등 자산은정부가 소유하게 해서 향후 문제의 소지를줄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통상 패키지 딜(PackageDeal)이라 불리는 사업 방식도 적용해 봄직하다. 가령 종교적 영향력이 큰 이슬람 권에서 지역 내 유력한 이익집단에 인프라 구축 등을 대가로 사업권을 획득하는 것이다.이렇게 하면 중앙 정부의 입김을 최소화할수도 있을 것이다. 종합 플랜트 사업처럼 공정이 복잡한 사업의 경우, 자사 만이 가동할수 있는 설비를 도입하여 사업의 안정성을확보할 수도 있다.



● 치밀한 운영전략을 수립하라

기업 운영의 최우선 목표가 수익성 제고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때로는 수익 회수방안과 자금 부담 문제를 적정선에서 타협할 필요가 있다. 국민 정서상 단기에 고수익을 거두는 전략보다 장기에 걸쳐 수익을 나누어 회수하는 전략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 투자가들은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매각 건을 과다한 수익 회수와 조세 형평성 문제가 여론 악화로 이어진사건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제조업에서도 ProjectFinance 기법을 응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일정 기간 동안 수익 창출 후 사업 매각, 철수를 단행하여 현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환경 변화에 따른 각종 변경 사안도 가능하면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유리하다. 사회 인프라사업 등에서는 요금 인상 문제가물가 상승, 국부 유출 논란 등으로 이어진경우가 많다. 또 요금 문제가 설비 확장 투자와 직결되어 갈등을 낳을 수도 있다. 과거중남미 국가들의 인프라 사업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은 모두 이런 논란에 휩싸였던바 있다. 교통망 개발, 에너지 등에 투자한다국적 기업들은 정부가 요금 인상을 억제하자 적절한 추가 투자를 망설였다. 당연히서비스가 악화되고 여론은 불만으로 들끓었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들은 결국 사업권을 박탈당했다. 일부 상하수도 기업들도 투자는 하지 않고 요금만 폭등시킨다는 혐의로 퇴출된 바 있다.

◆ 사업 파트너를 잘 활용하라

대상 국가의 국내 파트너나 유력한 글로벌파트너와 동반 진출하는 것도 사업의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대상 국가의 국영기업과 함께 투자하면 정치적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최근 러시아의 산업 국유화를 빗댄“정부와 함께 투자하라”란 러시아 증권시장 내 격언은 이런 의미로도 이해될 수 있다. 또한 해당 국가에 영향력이큰 글로벌 파트너를 동반하는 것도 유력한방안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유사시 국제적압력을 행사하는 훌륭한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또 지역 파트너를 대상 사업의 대리인으로 둘 수도 있다. 직접 투자가 어려운 경우, 역내 기업을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이다. 특수 목적 기업(SPC)을 설립하는 식으로 응용할 수도 있다. 물론 직접 투자보다효율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외견상 연관성을 줄이는 장점도 커서 그 만큼 수익 확보의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차선책이긴 하나 정부에 사업의 공기업화를 먼저 제안하는 방안도 있다.


◆ 비상계획과 분쟁 해결 장치를 미리 수립하라

유사시결정조치등의비상계획(ContingencyPlan)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비상계획은 자연재해에 대한 내용 외에도 각종 정변이나민족, 지역 간 분쟁 등 사회적 소요 상황에대비한 계획도 포함하여야 한다. 앙골라 등아프리카나 구 소련 연방의 중앙 아시아 지역은 풍부한 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민족적, 종교적 문제로심각한 분리 가능성도 안고 있다. 이 지역의투자 계획에는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국가분리 상황에서의 사업권 확보, 재계약 문제등에 대한 사전 시나리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보험 가입, 국제 기구나 각국 정부의보증확보등여러가지분쟁해결장치들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CSR 활동 강화를 통한 우호적인 여론 형성이나 현지 정부와의 관계 유지 등 다각적인 안전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민족주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추세에서 보이듯이 경제 민족주의는 이제 선,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사업에는 항상 경제 민족주의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LG경제연구원 진석용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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