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전략을 통해 본 신사업 전개의 新패러다임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 국방부는 국제정세 변화에 맞춰 효과적으로 미래의 전쟁을 전개할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국가, 민족, 종교, 경제 등에 따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국제 정세가 변화하고, 이는 다시 각 이해관계자에게 예측 불가능하고 복합적인 영향을 미쳐, 미군의 전장이 점차 확대되고 모호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지역별 이해 대립으로 인해 미군이 진출하기도하고 미군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립이 생기기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미 국방부는 네트워크중심의 전쟁(NCW: Network-centricWarfare)이라는 새로운 전쟁 개념을 도입하려하고 있다. NCW는 전쟁과 전투에 관한 전략,전술, 테크닉, 절차 등의 조합과 결정적인 전투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네트워크화 된 군 조직을 광범위하게 일컫는다. 미군은 NCW 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제로 변환하기 위해 국방장관 직속의 군 변환국을 신설하였다. 군 체제의 전반적인 변환을 통해 모든 지역의 부대 및 무기 체계를 통합하여, 군사 목적 달성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군변환국의 목표이다.
▶ 시장 변화의 키워드, 4Cs(Foresee) 미 국방부가 새로운 전쟁 개념을 도입하게 만든 환경 변화와 현재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시장, 특히 하이테크 시장의 환경 변화는 4Cs(Complex, Comprehensive, Convergent,Customer-centric)라는 네 가지 특성에서 유사하다. 4Cs를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복합적(Complex) 상호작용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거시경제, 정책, 사회, 문화, 기술, 기업간 경쟁 등의 요인이각각의 요인과 시장에 빠르게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그 영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입지 역시 냉전시대와는 달리 다자간 대립으로 그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 둘째, 이러한 요인들에 의한 영향이 포괄적(Comprehensive)으로 나타난다. 시장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산업 외적 요인들이 다양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제정세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던 이해관계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셋째, 시장간 경계가 모호해지며 하나의 시장으로 수렴(Convergent)해 간다. IT, BTNT, ET 등의 기술 융합과 글로벌화로 인해 기업이 기존 시장에만 머무를 수 없게 되었다. 한편 미국의 군사전략에서 보면, 자국을 위협하는 적대 세력을 국경과 종교라는 경계를 두지 않고 테러리스트로 아우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은 고객의 주도(Customer-centric)하에 변화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력 상승과 인터넷 등을 통한 빠른 정보확산, 기술 평준화 등으로 인해 시장은 공급자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제정세도 미국과 구소련이 주도하던 것이 이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4Cs는 단일 기업이 내부 역량만을 활용해모든 변화를 파악하여 시장 변화에 맞는 신사업을 추진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비단신사업만이 아니다. 기존 시장도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조차 경쟁우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 시장 변화에 따라 신사업 창출 요건도 변화해야한다 미 국방부가 국제정세 변화를 NCW라는 새로운 전쟁 개념으로 대처하는 것처럼, 이제는 기업들도 기존의 자기 중심적인 신사업 전개 방식을 재고하여 시장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신사업 창출 요건을 확보해야 한다. 미 국방부는 NCW를 핵심으로 하는 군 체제 변환을 통해 더 강력한 화력, 더 정밀한 정확성, 더 신속한 기동성, 그리고 더 광범위한 대응능력을 확보하여 효과적으로 미래의 전쟁을 수행하려 한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가? ● 더 강한 화력 - 활용 가능한 모든 것을동원하라 미 국방부는 NCW 능력 확보를 위해 단일 플랫폼 활용에서 네트워크 중심으로의 전환, 독립적인 활동에서 전체적 관점으로의 전환,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NCW는 전장에서의 독립적인 전략 운용보다는 주변부의 활용을 통해 화력 집중 및 강화를 추구한다. 미래전에서 독불장군식의 움직임으로는 목적 달성의 효과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이 신사업을 추진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단일 기업이 모든 시장을 파악하고 모든 역량을 구축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능성 있는 신시장을 발굴하는 데 있어 그 효과성이 떨어지고, 신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그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거나 기술 변화 및 난이도가 높은 하이테크 산업일수록 그렇다. 그러므로 내부역량 구축만이 아닌 합작, 제휴, M&A 등을 통한 외부로부터의 역량 소싱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Millenium Pharmaceuticals는 1993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1994년 매출 8백만 달러를 기록하고 창업 7년만인 2000년에는 110억 달러이상의 시장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하기도하였다. 설립 당시에는 연구 자금을 제공한 고객에게 모든 연구 결과물 사용 및 특허 소유권을 전달하고 낮은 마진을 제공받는 CRO(ContractResearch Oraganization) 체제의 연구 대행 기업이었다. 그러나 고객들이 자사 사업에 관계있는 연구 결과물에만 관심이 있고 나머지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음을 발견하고, 연구결과물 중에 기술적으로 매우 유용하지만 고객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IP(IntellectualProperty)들을 지속적으로 Millenium에 귀속시켰다. 또한, 고객과 계약할 때마다 다른 CRO들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윈윈 계약을 체결하고 Eli Lilly, Monsanto, Pfizer, Aventis, Bayer 등과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 받아 매우 강력한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특히, 1998년 Millenium은Bayer와 4억 7천만 달러의 자금이 투입되는 5년에 걸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신약 개발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였다. 여기서 Millenium은 합작을 통해 나오는 진단제품에 관한 권리와Bayer가 사용하지 않는 모든 신약후보에 대한권리를 획득해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다른 기업들을 적극 활용하던 Millenium은 최근 독자적으로 신약을 개발하여 바이오의약품 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하였고 2000년에는 2억 달러, 2005년에는 5억6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여 연평균 23.2%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더 정밀한 정확성 - 정보의 천라지망을구축하라 전쟁에서 적군과 전장에 대한 정보(MilitaryIntelligence)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손자병법에서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하였다. 요즘과 같이 하이테크를 활용한 무기로 정밀 타격이가능해진 시기에 정보는 필수사항이다. 무턱대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작전 수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군사 정보는 기업에 있어 시장과 경쟁자에 대한 정보, 즉 Market Intelligence(MI)라 할수 있다. Technology Intelligence(TI)를 포함한 MI의 중요성 역시 오래 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동조하면서도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경영 일선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존의 경쟁력을 유지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곧바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MI는 언제나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이는 내일을 위한 사과나무를 심지 않는 것과 같은 일이다. 4Cs라는 행태를 나타내는 시장에서는 거시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산업 영역이 파괴되고, 여기서 새로운 시장이 파생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기회를 파악하고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MI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렇다고 모든 영역의MI를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업의 상황에 따라 MI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선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P&G는 효과적인 MI 확보를 통해 위기를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신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는좋은 사례이다. P&G는 MI의 원천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정부 및 민간 연구소, 학계 및 다양한기관, 공급자, 소매 상인, 경쟁자, 개발 및 거래파트너, 벤처캐피탈, 개인 창업자, 고객 등 접촉가능한 모든 곳을 MI의 원천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MI의 원천은 크게 자체 네트워크와 외부네트워크로 구분되어 관리된다. 우선, 자체 네트워크에서는 TechnologyEntrepreneur(TE)라는 P&G 수석 직원들이 세계 도처에서 과학 문헌, 특허 DB와 여러 자료원을 검토하고 각 지역별 시장에서 직접 MI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이나 산업 연구자, 공급자 등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들과 P&G 사업부 의사결정자들과의 연결을 활성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또한, P&G와 관계가 있는 공급자들의 연구자원을 활용하고 공급처대표와 회의를 실시해 P&G의 상급 리더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함으로써 지속적으로 MI를 확보하고 있다. 자체 네트워크와 더불어 목적에 따라NineSigma, InnoCentive, YourEncore,Yet2.com 등과 같은 외부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MI를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고 P&G가 모든 영역의 MI를 탐색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이 출시되었거나 시제품, 기술, 제품에대한 소비자의 관심 등이 나타난 어느 정도 성공 단계에 이른 아이디어로 탐색 범위를 제한한다. 이 중에서도 P&G 내부의 기술, 마케팅,유통 혹은 다른 역량을 적용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제품에 집중한다. 이러한 범주에서 P&G의 TE들은 성장을 견인할수 있는 10대 소비자 트렌드, 기존의 브랜??자산에 이익이 되는 인접 사업 분야, 한 분야의 기술이 다른 분야의 제품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기술 지도 등을 추출해내고 있다. ● 더 신속한 기동성 - 추진력을 갖춘 별동대를가동하라 미군은 냉전 시대와 같은 양강 구도에서는 특정 지역에 대규모 부대를 주둔시킴으로써 대립상황을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탈냉전 이후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 여러 분쟁 지역에 개입하게 됨에 따라 작게는 코소보 사태,크게는 이라크전과 같은 분쟁 상황에 수십만명이 동시에 동원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었다. 기존의 군 체계로는 자원 운용상의 한계에 봉착하게 되어 동시다발적 사태들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군은‘보다 빠르게 작전지역에 보낼 수 있는 보다 강한 군대’라는 전략기동군 개념을 군 체계에 도입하였다. 전략기동군은 분쟁을 억제할 수 있는 막강한 화력을 보유함과 동시에 전체 군과의 조화 속에서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동성도 확보하였다. 대기업의 경우, 기존의 크고 느린 조직이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기회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기동군과 유사한 개념으로‘보다 빠르게 시장 기회에 접근하여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의 경우, 기존의 조직체제에서는 자원배분 문제나 구성원들의 반발 등과 같은 문제로 인해 신사업 추진 속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존 사업 및 기술과의 연관성이 낮을수록 그렇다. 그러므로 신사업을 기민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신속한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독립 조직 신설도 고려해야 한다. 굴지의 화학기업인 BASF는 새로운 독립조직을 통해 신기술 및 신소재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BASF는 100% 자회사인 BASFFuture Business를 설립하여 내부에서 신규아이템을 발굴해 신사업을 추진한다. 이곳에서는 신사업만을 전담하는 R&D, 생산, 기획 기능을 통해 BASF 내부에서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이에 필요한 최적의 기술을 내부로부터 확보한다. 또한 다양한 신사업 프로젝트의In/Out을 관리하며, 사업화 가능성 있는 경우에는 파일럿 단계까지 지원한다. 반면, 외부에서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역할은 BASFFuture Business의100% 자회사인 BASFVenture Capital이 맡고있다. 이곳은 지속적인시장 모니터링 기능을 수행하면서, 신규 아이템의조속한 사업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를 물색한다. 이처럼 BASF는 외부에독립법인을 신설함으로써, 자원 활용과 사업 추진을 위한 의사결정이 더욱 자유롭고 빨라질 수있었다. ● 더 광범위한 대응 능력 - 오른손이 하는 일을왼손이 알게 하라 NCW의 핵심은 통합 작전 수립 및 수행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분산 배치된 부대간 정보 공유와 작전 수행 목표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통해 체계적으로 전장에 접근해야 한다. 이것이 있어야만 어떤 전장에 어느 정도의 화력이 필요한지 가늠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상시 대응능력이 높아진다. 신사업을 전개할 때에도 이와 같은 접근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신사업은 근본적으로기업의 기존 사업 영역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신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보 공유를 통해 사업전략과 기술전략의 정합성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가능하다면 신사업에 대한 전사적인 검토를 통해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여지도 고려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BASF와 달리, Kuraray는 내부적으로 신사업 개발 조직을 신설하였다. M&A 및 사업 확장 계획을 담당하던 전략기획부와 기존 사업 관련 BU R&D를 제외한 R&D부문을 통합하고 IP 센터도 흡수하였다. 이를 통해 신사업 개발 관련 기획과 R&D 간의 정합성을 강화할 수 있었고 IP 센터를 통한 외부 역량 아웃소싱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Kuraray는 사업전략과 기술전략간의 밀착을 통해 시장 니즈에 기반한 더욱 다양한 제품 개발을 할 수 있었다.
P&G는 신사업 아이템이 내부적인 기준을 충족시키면 P&G의 온라인 사이트인‘EurekaCatalog’에 아이템을 등록한다. 이 때, 아이템의 특징 및 P&G 사업 방향과의 정합성, 아이템관련 특허의 사용 가능 여부 등에 대한 설명과아이템의 사진을 함께 게시한다. 이 정보들은P&G의 일반 매니저, 브랜드 매니저, R&D팀 등 전세계P&G에 배포하고 각자의 관심사항에 따라 평가하도록 한다. 만일 P&G의 사업부 관계자가 이러한 신사업 아이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해당 제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인프라 보유 여부와 같은 실질적인 사항을 확인하면서 사업부 목표와의 정합성을 평가하여 신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신사업 후보군에 대한 전사적인 공유가 이루어져, 다양한 분야의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 신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문화 변혁이 뒤따라야 NCW는새로운 환경에 따른 새로운 미래전 개념이다. 이는 군 조직과 개개인으로 하여금 새로운 방식의 행동을 요구한다. 그러나 기존의전쟁개념과 그에 대한 지식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NCW의 개념을 제안한 아서시브로스키 미 해군 제독은“군에 새 사고를 주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낡은 생각을 빼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미군 체제의 변환을 진두지휘하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관료주의가 미국안보의적”이라고까지하였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들을 버릴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것은 기업 생존에 있어 결정적 장애물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업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LG경제연구원 윤여중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