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성장과 공공기관의 역할: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와 再민영화1. 서론 : 공공기관의 현황과 문제점지난 1988년 중앙과 지방 공기업 합계는 221개였으나, 2008년의 공공기관은 672개로 크게 증가했으며, 예산과 인력의 규모 및 비중도 꾸준히 증가해 오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2008년8월11일(제1차)부터 2009년1월15일(5차)까지 모두 5회에 걸친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향후 3~4년에 걸쳐 69개 공공기관에서 1만9천명의 인력을 감축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작년12월30일에는 25개 대형 공공기관을 활용하여 57조원(전년대비 9조원 증가) 규모에 달하는 2009년도 투자확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목 하에 ‘인력 감축’과 ‘투자 확대’ 계획이 동시에 발표되고 있어서, 정부가 공공기관을 활용하여 왼손으로는 일자리를 줄이고 오른 손으로는 일자리를 늘리려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역(逆)성장을 기록한 경제위기 시에 공공기관이 어떤 역할을 했고, 위기극복을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는지 알아보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한 제3차 역(逆)성장의 시기에 공공기관이 담당해야 할 새로운 역할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2. 제1차 및 제2차 역(逆)성장과 공공기관의 역할공공기관과 국책금융기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경제위기 시에 완충지대와 지렛대(레버리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 등 민간 경제주체가 소비와 투자를 망설이거나 그 여력이 소진되었을 때, 나머지 경제주체인 정부와 공공기관이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투자, 고용 창출을 통해 경기순환의 진폭을 최소화시키는 지렛대(레버리지) 역할을 하는 것이 현재와 같은 逆성장과 경기침체기에 꼭 필요하다. (제1차(‘80년) 逆성장과 공공기관) 중화학공업의 과잉투자와 ’73년 제1차, ‘79년 제2차 석유파동으로 초래된 첫 번째 逆성장(-1.5%)을 극복하기 위해 관련 공기업의 신설, 긴축을 통한 경상수지 개선, 시중은행을 포함한 공기업의 민영화 등의 복합적인 정책을 구사한 바 있다. 특히, 해외개발공사(‘76), 토지개발공사(’79), 석유개발공사(‘79) 등 공기업을 신설하여 수출의 감소와 석유 파동에 따른 경제위기에 적극 대처했던 시도는 당시 정부주도 경제개발계획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1.5%의 逆성장을 기록한 1980년 이후에는 4개 시중은행(’81~‘83)과 준설공사(’81), 석유공사(‘81) 등을 민영화함으로써, 시장과 민간의 활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의 정책기조의 변화를 시사한다. *참고: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작성된 1953년 이후 1956년에도 -1.3%의 역성장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작된 후 처음 대규모 경기침체를 기록한 1980년을 1차 역성장으로 규정. (제2차(‘98년) 逆성장과 공공기관)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화에서 시작되어 외환보유고의 부족으로 촉발된 ’98년 외환위기와 제2차 逆성장(-6.9%)은 550억불(GDP 12.4%)의 구제 금융을 받는 댓가로 고금리와 긴축, 급격한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를 강요받았다. 포항제철,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등 8개 대형 공기업의 민영화를 포함 모두 11개 기업(한국전력,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의 지분을 매각하여 총24조원의 매각수입을 거둠으로써 부족한 재정수입을 (약14조원) 보완했고, 약52억불 규모의 外資를 유치하여 외환위기 극복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 제3차 역(逆)성장 시대의 공공기관 선진화미국의 부실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경제를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기침체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 경제도 부동산관련 대출의 급증과 금융기관의 외형경쟁, 취약한 외환시장, 높은 무역의존도 등이 맞물려 올해 역사상 3번째 逆성장(-2%대)과 대규모(100만명) 실업이 예상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정책기조로 내세운 새 정부는 제3차 逆성장이라는 최악의 정책환경 하에서도 6개월 동안 5차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계속 발표했으며, 그 주요 내용은 공공기관 민영화 38개, 통폐합 43개, 경영효율화 69개, 未지정 출자회사 매각 111개 등이다. 과거 정부에서 추진된 5차례의 공기업 민영화와 달리, 새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가 지니는 3가지 차별화 포인트는 (1)산업은행, 기업은행, 관련 자회사를 포함하는 대형 금융공기업의 민영화 (2)대우조선, 쌍용건설, 현대건설, 우리금융지주 등 14개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재(再)민영화(re-privatization) (3)공공기관에서 제외되어 있던 130개 未지정 출자회사를 매각(111개) 또는 통폐합(19개)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3가지 포인트 외에 역사상 최악의 정책추진 환경과 최대 규모의 추진계획이라는 점에서도 과거의 공기업 민영화와 차별화된다.
4. 공공기관의 새로운 역할 : 일자리 나누기와 再민영화(re-privatization)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은 종합적으로 보면 매우 충실하고 의욕적이며, 지속적인 실천의지가 뒷받침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제3차 逆성장이라는 최악의 정책 환경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1998년 제2차 逆성장 시기에는 외환위기가 동남아에 국한되었으므로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DR(주식예탁증서)을 발행하여 외자를 유치하고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제3차 逆성장 시기에는 공기업의 해외매각과 이를 통한 민영화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최악의 경제위기 하에서 매우 의욕적인 공공기관 선진화 목표를 성공리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아래 표와 같이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와 재(再)민영화(re-privatization)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1순위는 공공기관의 경영효율화와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다. 이를 위한 노사간의 양보와 타협, 공동체의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근로시간 단축, 대졸 초임의 인하와 인건비 동결, 불요불급한 예산 감축 등으로 확보한 재원을 통해 신규 직원과 인턴, 파트타이머를 채용하는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도 고용감소가 예상되는 고용빙하기에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책이다. 2순위는 25개 대형 공공기관을 활용한 공공기관 투자활성화(re-vitalizing public investment)다. 정부가 작년 12월30일 발표한 25개 대형 공공기관을 활용한 57조원 규모의 투자활성화(전년대비 9조원 증가) 계획을 조기에 집행하여, 경기회복과 일자리 만들기에 기여하는 작업이 올해 상반기에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3순위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14개 기업의 매각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기관 재민영화(re-privatization)다. 예를 들면, 대우조선, 대우증권, 현대건설, 쌍용건설, 우리금융지주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우량기업으로 변신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再)민영화(re-privatization)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일자리를 고급화하고 내실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후순위는 금융공기업의 매각이다. 예를 들면, 산업은행, 기업은행과 같은 대형 금융공기업의 매각은 이들 국책은행을 활용한 경제위기 극복이 마무리된 이후로 미뤄져야 한다. 그리고, 민영화를 할 경우에도 ‘매각 후 상장’이 아니라 ‘상장 후 매각’으로 순서를 바꾸고, 민영화를 뒤로 늦추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올해 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을 적극 활용하여, 연기금과 사모펀드(PEF) 등 국내 대형투자가들이 민영화에 참여 가능하도록 방안을 강구한다. 가장 후순위는 공공기관의 업무 효율화를 통한 조직혁신이다. 예를 들면, 정원 10% 일률 감축과 같은 공공기관의 경영효율화 계획은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가 없었다면 실천해볼만한 정책이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충분하고 객관적인 검토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경영효율화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
'전망·트랜드 > 경영·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스템 관점의 위기관리 프로세스 (0) | 2012.01.24 |
---|---|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3대 과제 (0) | 2012.01.24 |
불황기 기업의 전략적 비용절감 (0) | 2012.01.24 |
관광산업의 5대 트렌드 변화와 육성을 위한 시사점 (0) | 2012.01.24 |
일본경제 유동성 함정의 교훈 - 금융·재정정책의 실효성 제고 방안 (0) | 2012.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