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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트랜드/경제·마케팅

소비자 구매결정의 잣대가 바뀌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이 더욱

온라인과 모바일의 활성화로 인해 제품 및 서비스 관련 정보와 선택 가능한 상품이 넘쳐나면서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구매결정을 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대신 진실성의 중시하며 타인의 결정을 따르려는 경향, 희소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에릭 앤더슨 교수와 MIT대학의 던컨 시메스터 교수는 카탈로그를 활용한 실험을 통해 34달러짜리 여성의류의 가격을 39달러로 인상했더니 판매량이 33% 증가 했고 34달러에서 44달러로 가격을 인상했을 때는 판매량에 변화가 없다는 재미있는 결과를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일견 논리적으로 보이는 소비자들의 구매의사결정이 실제로는 다양한 주관적인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최근 뇌 스캐닝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소비 동인으로서의 감정적 요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가능해지면서 점차 주목을 받고 있는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그다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의사결정자가 아님’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인간의 행동을 결정짓는 것이 재화의 ‘효용적 가치’가 아니라 ‘심리적 가치’로 보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를 비롯한 고전 경제학자들이 ‘효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을 합리적인 인간으로 보았다면 다니엘 커너먼으로 대표되는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이 완벽한 이성만으로 자신의 행위를 결정짓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그들에 따르면 오히려 인간은 감정에 치우친 결점과 오류투성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체험적 잣대, 휴리스틱

인간이 항상 가용한 모든 정보를 활용하여 논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는다라는 주장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이러한 주장을 개념화한 단어가 ‘휴리스틱’이다. ‘찾다’, ‘발견하다’라는 그리스어에서 기원한 휴리스틱은, 정보의 일부분을 무의식적으로 혹은 고의적으로 무시하는 효율적인 인지 프로세스를 지칭한다. 우리나라 말로는 ‘단순화된 추론 또는 의사결정 프로세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며, 선택의 기로에 선 인간이 내리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한 개념이다.

가령 카메라를 구입한다고 할 때, 이 구매행위가 완전히 합리적이 되려면 시중에 나온 카메라에 대해 성능, 디자인, 가격, 애프터서비스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가치가 높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고려할 변수들이 많은 반면, 의사결정을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수들을 모두 고려하여 구매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 어려운 결정을 손쉽게 하는 것이 바로 ‘휴리스틱’이다. 즉, 광고 메시지, 브랜드, 회사 이미지 등으로 판단을 내리는 각 개인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휴리스틱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각 개인의 시간과 관심은 유한한 자원이므로,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인은 자신의 과거 경험과 습관 등에 기반하여 의사결정 고려변수 중 일부만을 사용하여 구매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 휴리스틱에서 바라보는 구매의사결정 프로세스이다.

휴리스틱이 중요해진 이유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의 구매 휴리스틱에 영향을 주기 위한 주류 마케팅 영역에서의 노력이 주로 광고 및 프로모션, 브랜딩 등을 통해서 이루어져 왔다. 즉, 소비자들이 구매 시점에서 제한된 수 이상의 대안을 고려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구매 시 다른 제품이나 브랜드에 비해 소비자들의 머리속에 자사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연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떠오른 제품들 중에서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 사은품이나 가격 할인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제품 및 브랜드에 대한 정서적 애착을 형성하여 고객들의 눈에 ‘콩깍지가 씌워지도록’ 하는 것이 마케터들의 최우선 과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브랜드, 광고 이미지 등이 실제 제품의 질과 항상 정비례하지는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선택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류 브랜드 제품이라는 것을 믿거나, 전에 사용하던 동일 브랜드의 제품을 만족하고 사용하였거나, 또는 광고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덜컥 카메라를 구입했는데 품질이 형편없다면 이는 ‘휴리스틱으로 인한 구매의사결정 상의 오류 발생’, 즉 구매행위에 결과적으로 비합리성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구매의사결정 결과 이러한 오류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이러한 휴리스틱을 수정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받게 된다.

소비자들의 경험과 더불어 IT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열람 가능한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과거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과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는 등 소비자들을 둘러싼 환경에도 큰 변화가 발생하였다. 게다가 과거에 비해 특정 카테고리 내의 선택 가능한 제품의 종류도 대폭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고려해야 하는 구매옵션의 종류는 많아진 반면 각 제품 차별화의 간격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최근 제품과 광고 매체의 수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제품들을 떠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주로 광고를 통해 기업의 메시지가 전달되는데,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의(attention)나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자신이 시청한 광고의 34% 정도를 기억했지만, 1990년에 오면서 그 비율은 8%로 감소했다. 심지어 2007년 AC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실제로 기억하고 있는 광고의 개수는 2.21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브랜드 충성도에 대한 각종 지표는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최근 수년간은 감소 추세가 더욱 가파르다. 지난 10년간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50% 하락했으며, 50여 개의 제품 카테고리 중 90%에서 브랜드 및 제품 차별화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재 브랜드의 제품 매니저들 중 70%는 제품 가격 하락의 압력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충성도 약화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소비자들의 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어 감에 따라 기업 주도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대한 피로감과 상업적 의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일방적 메시지를 신뢰하지 않게 된 것에 기인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대안적 구매 휴리스틱이 부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열람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양한 정보의 소스들 중에서 어떤 소스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지 등과 관련하여 과거에 경험한 적이 없는 새로운 혼란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소비자들의 구매행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는 구매의사결정의 휴리스틱에도 변화가 불가피함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의사결정 휴리스틱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가용한 정보의 폭발적 증가와 소비자들간의 연결성 강화가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 중 81%가 제품 구매 전 온라인에서 추가적인 정보 검색을 하며, 55%가 사용자 후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90%의 조사대상자가 Facebook 친구들의 추천을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를 통해 구매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의 온라인과 가족, 그리고 지인 추천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통계를 통해 소비자들이 구매의사결정 시 온라인 정보 및 지인의 추천이라는 변수가 구매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로 부상하였으며, 더욱 많아진 선택 옵션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구매의사결정 휴리스틱을 통해 여전히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옵션들의 세부 정보들을 모두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소비자들은 어떠한 변수들에 자신의 구매의사결정을 의존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의 소비자 동향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진실의 증거’를 중시하는 경향

제임스 길모어와 조셉 파인은 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럴듯하게 포장된 가식적인 산출물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투명한 출처에서 제공되는 진실한 산출물을 원한다. 경영자들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영기법에 더해서 소비자들이 진실과 가식으로 인식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요소가 이러한 인식에 영향을 주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정보량의 증가와 구매 가능한 제품 종류의 증가로 인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이 과거에 비해 어려워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제품들이 은연중 드러내는 ‘진실의 증거들’을 제품구매 변수로 고려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대응하여 최근 상업광고의 추세는 제품을 소유했을 때 보여지는 이미지보다는 객관성이 담보되는 정보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가치 판단이 들어간 문구나 슬로건 등을 제시하기보다는 제품의 역사나 제품의 성분, 제품의 탄생 지역, 가격, 효용 등 소비자가 속을 염려가 없다고 판단하는 증거들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최종 판단을 넘기려는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넘쳐나는 정보 속에 이러한 ‘진실’에 대한 요소들이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판단하기 쉽기 때문이다. ‘품질이 좋다’라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정도’라는 판단이 들어가고 ‘디자인이 예쁘다’라는 것은 사람의 관점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100년 된 기업이다, 유럽에서 탄생했다, 알프스 빙하수를 원료로 사용했다 등의 요소들은 ‘그렇다’, ‘아니다’로 간단하게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애플과 유니클로는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이들의 TV광고는 드라마화된 설정이나 광고 카피 대신 실제 제품의 활용 장면(애플)이나 착용 장면, 가격(유니클로) 등만을 제시한다. 소비자들에게 객관화된 정보만 제공하고 선택은 강요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미국 화장품 업체 키엘(Kiehl’s) 또한 진실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 그룹인 로레알은 키엘을 2000년에 인수한 후 키엘의 역사와 진실성을 마케팅의 포인트로 삼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하는데 성공하였다. 키엘의 마케팅 전략은 브랜드의 진실성을 소비자에게 과장하지 않고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이를 위해 유명 모델을 활용한 광고 대신 자발적인 입소문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1851년에 뉴욕에서 시작한 약국이라는 탄생배경을 의식적으로 강조한다. 화려한 용기 디자인을 차별화 요소로 강조하는 업계의 전통적 관행과는 달리 수수한 용기에 천연 원료를 강조하였으며, 화장품 용기 표면에는 제품의 재료와 성능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진실성을 강조한 키엘의 마케팅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어 인수 10년만에 전세계 매출이 5배 이상 성장하였으며, 국내에서도 2011년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60%에 육박하는 매출 성장을 기록하였다.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따르려는 경향

마크 얼스는 그의 저서 에서 ‘인간은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달리 스스로 판단해서 주체적으로 의사결정하기보다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너무나 사회적인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위해서는 마케팅 방법론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 에서 ‘트라이브, 즉 집단이란 규모에 상관없이 서로 연결된 사람들의 모임을 지칭하며 사람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이러한 집단에 속하길 추구한다. SNS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은 이러한 집단을 다양한 규모로 쉽게 형성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제품 및 서비스 구매의사결정에 있어 특정 인물이나 집단에 대한 신뢰가 그 사람이 평가하거나 추천한 제품 및 서비스의 신뢰로 연계되는 경향이 커지는 것이다.

그 동안 제품 및 서비스 구매와 관련해서 지인들의 추천을 받기 위해서는 같이 쇼핑을 가거나,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어야 했다. 그러나 클릭 한번으로 추천에 대한 정보가 유통되는 SNS 상에서는 지인들의 추천정보를 매우 손쉽게 실시간으로 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결과 과거에 비해 소비자들의 구매의사결정 상에서 타인의 추천이 영향을 더 크게 미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페이스북(Facebook)에는 8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있으며 이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30명의 ‘친구’ 즉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 4명 중 3명은 특정 브랜드를 ‘Like’한 경험이 있으며 10명 중 9명은 페이스북 친구들의 추천을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트위터(Twitter)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 51%는 특정 브랜드를 팔로우하고 있으며 트위터를 매일 사용하는 헤비유저(Heavy User) 중 31%는 팔로워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의견을 묻는다.

청바지로 유명한 의류 브랜드 디젤(Diesel)은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매장에서 디젤 캠(Diesel Cam)이라는 흥미로운 서비스를 제공했다. 피팅룸 앞에 페이스북과 연동된 카메라를 설치해 놓았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옷을 입어보고 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지금 입어본 옷이 어울리는지, 유행하는 스타일인지 등 다양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디젤 캠을 활용하는 고객은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매장 직원들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지인들의 추천과 평가에 의해 구매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하루 평균 50여장의 사진이 찍혔고 이와 관련한 포스팅만 15,000여 개에 달하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희소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

소비자들은 수량, 시간, 장소 등으로 구매에 있어 제한이 있을 경우 특정 제품 및 서비스에 더 큰 가치를 느끼게 되며 이는 구매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주로 명품 브랜드들이 해마다 한정수량 제품이나 홈쇼핑 채널에서는 점점 줄어드는 시간과 수량의 압박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해 왔다. 또한 길거리에서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보면 ‘맛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온라인의 활성화로 인해 이러한 자원의 희소성을 활용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구매 제한 요소는 시간과 수량의 압박이다. 홈쇼핑 채널에서 줄어드는 시간과 수량을 보면서 ‘빨리 사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가져봤을 것이다. ‘오늘까지만’, ‘마감임박’, ‘매진임박’ 등 시간적, 수량적 제한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해당 제품을 다른 제품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한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한정된 시간과 수량에 대한 정보를 매장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정보가 SNS상에서 소비자들의 지인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며 온라인 매장에서는 구매 제한 요소에 대한 정보를 판매와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유행하는 소셜커머스의 경우 이러한 시간과 수량의 제한을 온라인에서 적절히 활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미국 그루폰(Groupon)이 시작한 공동구매형 소셜커머스 모델은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하루 동안 한정된 수량의 상품을 판매하고 일정 수량이상이 판매될 경우 대폭 할인을 해주는 모델이다. 반값에 가까운 가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간과 수량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소셜커머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할인된 가격뿐만 아니라 시간과 수량의 제한적 요소가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하는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간과 함께 장소의 제약을 두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임시매장, 즉 팝업스토어(Pop-up Store)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둔다는 점에서 오라인 상에서의 구매 제한 요소를 오프라인에 반영한 좋은 사례이다. 팝업스토어의 목적은 업체별로 상이하다. 실제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도 하고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제품 및 서비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는 시간적인 제약과 ‘그곳’에 밖에 없다는 장소의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잡지 와이어드(Wired)社는 2006년부터 매년 말 약 한달 동안만 뉴욕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이 스토어에서는 그 한해 이슈가 되었던 전자 기기들을 전시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마케팅 방식도 변해야

고객들이 구매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품질, 가격, 디자인, A/S 등 기존의 요소들은 여전히 중요하다.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관여도 정도에 따라서 그 기준이 상이할 것이다. 그러나 넘쳐나는 제품 및 서비스와 함께 과잉 유통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구매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졌으며 구매를 한 이후에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이 생길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대신 진실의 증거를 찾으려 하는 경향, 이미 신뢰감을 갖고 있는 지인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려는 경향, 시간, 공간, 수량 등 자원의 한정성이 부여된 상품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경향 등 몇 가지의 힌트 들이 구매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예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고객의 구매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변화하는 것은 기업들이 실시해온 기존의 마케팅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성이 결여된 메시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도 경험과 진실성을 통해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 하고 이러한 변화에 대해 대응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LG경제연구원 허지성 선임연구원, 유재훈 연구원 www.lgeri.com]

치열해지면서 여러 제품 및 서비스의 기능과 품질이 비슷해지는 동질화(同質化)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여 차별화를 추구하지만 정작 고객들은 미세한 차별 포인트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쟁이 격화된 성숙시장에서도 업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돌연변이형 제품과 기업은 꾸준히 출현해왔다. 그들의 차별적 속성을 분석해보면 동종업계에서는 찾기 어려운 異업종의 DNA를 도입한 경우가 눈에 띈다. 자사가 속한 업종이 아닌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아이디어의 원천을 찾는 노력이 새로운 혁신의 원천으로 부각되고 있다.

異업종의 속성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와 대상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운영시스템(Operating System)이다. 즉, 異업종의 R&D, 제조, 물류/유통, 마케팅 방식 등 가치사슬 전반의 운영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다. 수술 과정에 제조업의 대량생산시스템을 적용한 인도의 아라빈드병원, 가구기업이면서도 글로벌 IT 기업 수준의 SCM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업계의 지배자로 등극한 이케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는 수익모델(Business Model)이다. 異업종에서 통용되는 수익 창출 구조를 차용한 후, 이를 변형해 자사에 적용함으로써 수익성과 고객접근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전세기 판매업체로 출발했으나 항공사의 수익모델을 차용해 변형함으로써 ‘공동 소유권’이라는 신개념을 창출한 비지니스 항공사 넷제츠, 선불회원제 모델을 기반으로 막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는 코스트코 등에서 이같은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은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Value Proposition)다. 이는 異업종에서 중시하는 콘셉트, 가격, 품질, 성능, 디자인, 편의성 등의 가치를 차용해 상품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서커스에 뮤지컬 수준의 음악과 스토리를 적용해 예술성을 극대화한 시르크 뒤 솔레이유나, 무색무취로 차별화가 어려운 보드카에 세계적 팝아트의 심미적 가치를 입혀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앱솔루트 보드카가 대표적인 예다.

효과적으로 異업종을 관찰하고, 異업종의 DNA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한 곳에 매몰되지 않는 열린 사고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수많은 분야에서 자사에 적용 가능한 부문을 탐색하는 것보다는, 자사와 ‘동일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異업종 사례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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