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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트랜드/경제·마케팅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 따라가는 기업

대부분의 기업들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길 원한다. 그래서 끊임없는 환경변화에 대해 변화 방향을 재설정하고 거기에 속도를 더한다. 그러나 모든 변화 시도가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에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사례분석을 통해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한 문턱을 넘는 방법을 찾아 보자.

소위 위대한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고 인정할 수 있는 기업에는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GE, 도요타 정도되는 기업이라면 누구에게서나 위대한 기업이라고 인정 받을 수 있을까?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좋은 기업, 위대한 기업 등과같은 거대 담론적 측면보다는 좋은 기업,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요건들 중 하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 것은 바로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다. 달리 표현해 변화관리를 잘 하는 능력이라 칭해도 좋겠다.

기업은 처해 있는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전략과 실행으로 대응해야 한다. 환경 또한 영속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가변적이기 때문에 변화에 성공한 기업도 다른 경우엔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모든 변화에 매번 성공할 수는 없는 만큼 기업은 주어진 환경변화에 대해 유연한 적응이 가능하도록 평소 기초체력 즉, 변화관리 역량을 길러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변화관리를 잘 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경영환경의 변화를 제약 요소로 보지 않고 기회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던 기업의 사례와 그렇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사례를 비교함으로써 시사점을 찾아보자. 왜냐하면 변화에 잘 적응한 기업들은 좋은 기업,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여러 관문들 중 환경 적응력이라는 하나의 관문은 통과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답은 기업 안에 있다

기업이 겪게 되는 경영환경 변화의 형태와 내용은 다양하다. 그 중 동일 업종과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경우 끊임없이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유사한 조건의 도전을 받게 된다. 이러한 환경의 도전을 받는 기업들 중 어떤 기업들은 잘 적응하여 더욱 성장하는 반면 어떤 기업들은 그 파고를 넘지 못하고 쇠퇴하거나 상당기간 어려움에 처한다. 그렇다면 어떤 점들이 변화 적응에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이미 기업 안에 있으며 단순 명료하다. 그것은 경영환경에 기업전략을 맞춰 변화를 주도했던 기업들의 경우 변화의 파고를 넘는데 성공했지만, 변화에 둔감하고 기존에 세워진 전략에 맞춰 경영환경을 해석하고, 선진 기업들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무작정 끌어다 적용하려고 시도했던 기업들은 대부분 실패했다는 점이다. 사례를 통해 변화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조건들을 알아 보자.


● 기업이 속한 시장의 요구에 충실하라

시장은 기업에게는 주어진 환경이다. 기업은 그 속에서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기업이 환경과 상호작용을 할 때 사용하거나 고려해야 할 변수도 수준과 내용면에서 여러 가지가 있다. 이들 변수들을 범주화 해 보면 크게 경쟁요소, 고객요소, 기술요소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환경인 시장이 변할 때 기업은 이들 요소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변화에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이 때 중요한 점이 변화에 대한 ‘반응 유연성(Flexibility)’ 이다. 이는 평상시 기업의 전략, 운영 프로세스, 조직과 사람이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유통시장내 할인점 사업 사례를 통해 환경적응에의 유연성이 가지는 중요성을 살펴 볼 수 있다. 2006년 국내 유통시장 전체 규모는 약 70조 원이었고, 업태별로는 할인점이 약 39.2%(27조원)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 된 선진업체의 대명사 격인미국의 월마트(Wal-Mart)와 프랑스의 까르푸(Carrefour), 그리고 국내유통업체인 이마트(E-Mart)간의 삼국지戰은 기업의 규모, 자금력 등 절대비교 기준만을 가지고 보면 처음부터 세(勢)가 기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한국시장이라는 시장환경 요인을 대입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변화의 시작은 90년대 말에 시작되어 2000년대 초에 본격화 됐다. 소매점과 백화점 위주의 국내오프라인 유통시장에 대형 할인점이라는 새로운 업태가 출현한 것이다. 월마트와 까르푸는 한국시장에 화려하게 진출했었다. 외국업체와 국내업체간 경쟁의 핵심은 글로벌 표준이 통할 것이냐, 아니면 현지표준이 통할 것이냐의 문제였고, 결과는 현지 표준의 승리였다.

세 업체가 가진 강약점 상의 미묘한 차이는 있었으나 업체 간 기본적인 전략은 비슷했다. 세 업체공히 점포 수를 앞세운 규모의 경제 추구, 저가(低價)주의, 고객가치주의를 추구했다. 그러나 각각의 전략이 구현되는 실행단계에서의 내용을 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볼 때, 이마트는 월마트, 까르푸에 비해 국내시장에서 서너 배 이상의 점포 수를 가지고 있었고, 점포를 열 공간이 많지 않은 한국에선 입지사업으로 통하는 할인점사업의 입지선점과 점포 보유 수에서 확연한 비교우위를 갖추었다. 저가주의 전략 측면에서도 이마트는 유통단계 최소화를 통한 최저가격 신고 보상제, 유통업자 자체상표 PB(Private Brand)상품을 통한 원가절감 혁신 등을 통해 월마트의 최저가격제인 EDLP(Every Day Low Price)의 내용을 앞섰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는 고객가치주의에 있었다. 같은 고객제일주의를 추구한다고 했으나 월마트, 까르푸는 교외간선도로변 입지, 신선식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민감성에 대한 이해 부족, 한국인 정서와 체형에 맞는 매장 디자인과 제품 배치에 대한 고려 미비, 백화점 수준의 친절한서비스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가미된 복합쇼핑공간에서의 가족단위생활 공간화를 원하는 소비자 취향에 대한 이해 실패, 이마트의 1/5수준의 마케팅 지출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홍보 소홀 등으로 결국 작년 월마트는 이마트에 그리고 까르푸는 이랜드에 인수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해서 모든 조건에서 통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성공한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기 위해서는 개별적 현지화를 전제로 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 되어야함을 시사한다. 또한, 시장의 요구에 맞추려는 변화노력이 기존에 성공했던 전략을 고수하는 변화둔감주의에 대해 우월함을 가르쳐 준다.


● 변화관리는 실천의 문제이다

기업 내외부 여기저기서 다양한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혁신해야 한다’, ‘재창조 해야 한다’ 등 다양한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경우마다 다른 것 같다. 이는 무게 중심을 어디다 둘 것이냐 하는 관점의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기에 당연한 모습이다. 그러나 최대공약수가 ‘변화’ 라는 말임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의 예를 통해 그 실체에 접근해 보자.

기업경영의 성공적 변화의 결과는 결국 숫자로 나타난다. 규모의 성장, 이익의 증대, 기업 이미지 및 상품/서비스의 브랜드 파워 제고 등 외형 확대에 따른 가치(Value) 증대가 숫자로 표현되어 설명된다. 구글(Google)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눈에 보이는 성과로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내 500대 기업 중 200위권 밖에 있는 구글은 파이낸셜 타임즈誌발표에 따르면 브랜드 가치가 작년 기준 664억 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구글의 브랜드 가치는 같은 해 매출액보다 6배나 높은 수치이다. 한때 같은 포털 검색업계의 맹주였던 야후(Yahoo)도 차지해보지 못했던 성과이며 한창 치열한 경쟁 중인 Microsoft(3위)를 제친 결과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바로 보이지 않는‘가치’에 변화의 무게 중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좀 예외가 있으나 전 세계 시장을 보면 구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충성도는 가히 압도적이다. 하루를 구글로 시작해서 구글로 마감한다고 할 정도다.

구글의 성공요인은 컨버전스 시대의 도래에 따라 컨텐츠의 중요성이 훨씬 더 부각되는 가운데 검색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해서 소비자 기대에 부응한 결과라고 할수 있다. 한 마디로 사용자 편에 서서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함이 성공요인 이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누구나 알고 있고 어쩌면 단순해 보이는 구글의 성공 요인을 보면 결국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GE, 도요타, 코카콜라, Microsoft, 야후 등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좋은 기업들도 지속적인 변화에 대해 실천을 통해 대응함으로써 경영의 고비고비를 넘어 현재의 위치까지 왔다. 이들 기업들에게 변화에 대한 실천의 중요성에 대한 의문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단지, 누가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느냐 하는 속도의 문제만 남을 뿐이다. 이에 실천의 관점에서 기업이 평소 변화관리를 잘 하기 위한 기본역량을 배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아보자.

 

변화 관리의 기본기 4C

카멜레온처럼 기업도 변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단순 적응의 수준을 넘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 내재화 된 변화관리 실행의 기본기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변화관리를 잘 하기 위한 4가지 기본역량은 Change-Driver, Change-Lever, Change-Leader 및 Change-Mind이다.

1. 변화 기회의 확보(Change Driver) 역량을 갖추어야

업계 수위를 차지하는 기업치고 새로운 게임의 룰을 제시하지 않은 기업은 없다. 새로운 경쟁의 판을 짜든, 신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든, 이전엔 없던 기술을 창출하든 예외 없이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변화의 기회를 주도했다. 기업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고객, 기술, 정책, 경쟁 동인별 Big Shot을 날리는 기회확보(Driver)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급성장 기회를 간파한 캐논(Canon)과 현상유지에 머문 코닥(Kodak)의 대결은 기회확보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 준다. 현재 진행중인 구글과Microsoft간 한판 승부도 소비자 니즈 충족을 위한변화기회 확보를 누가 먼저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2. 변화 속도 증대(Change Lever)의 관건, 신속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대규모 조직과 인원을 가지고 전개되는 기업 비즈니스는 변화에의 속도가 쉽게 담보되기 어렵다. 경영자들의 고민도 바로 자신의 맘 같지 않게 느린 변화속도에 있다. 그러나 구성원이나 조직이 변화의 주문에 대해 느리고 불충분하게 반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다고는 하나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감동을 강조하듯 구성원 감동이 없으면 속도는 고사하고 의도한 변화 내용마저도 제대로 된 형태로 구현되기 어렵다. 이점에서 시간은 조금 더 걸릴지라도 전체 구성원이 함께 움직이는 P&G의 SIS(Stretch, Innovation,Speed) 문화활동에 주목 할 만하다. P&G는 조직구조, 업무, 의사결정, 정보공유, 보상 등 구체적인 분야에서 올바른 문화를 달성해 가고자 하는 노력과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변화의 속도를 배가할 수 있었다.


3. 변화 선봉장(Change Leader) 역할이 중요

기업의 변화 리더층으로 최고 경영층만을 한정해봐서는 안 된다. 변화관리 실행의 측면에서 볼 때, 더 중요한 리더층은 중간관리층이다. 이들은 여론형성 집단임과 동시에 실행의 선봉장들이다. 조사에 따르면 상하층간가교 역할을 하는 중간 관리자층에서 변화에 대한 저항이 가장 심한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오랜 관행에 젖어 있고 이미 어느 정도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스스로 변화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계층이다.

IBM은‘Get Connected’라는 기치하에 변화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조성하고 속도를 가속화 할조직별 중간관리층(Change Agent)을 설정하여 이들을 비전과 열정을 공유하는 리더집단화 했다. 그리고 이들로 하여금 변화 Manifesto를 작성, 이해관계자 설득 및 협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함으로써 작은 성공을 조기에 가시화하는 효과를 보았다. GE 또한 핵심 관리층에 대해 교육기관인 크로톤빌에서 지속적인 공유가치 교육과 이에 대한성과 평가에의 반영을 통해 하부조직은 중간관리층이 맡고, 임원은 CEO가 나서 밀착관리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4. 총제적 변화 마인드(Change Mind)로 무장

기업조직 전체에 걸쳐 변화관리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은 어렵고도 영원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피할 수없는 길이다. CEO의 정확한 상황인식과 흔들림 없는 혁신의지, 적극적인 실천은 기본이다. 제도와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고객과 성과를 중심으로 조직전반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보편 타당한 원칙과 방향을 설정하여 구성원의 참여를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이를 직접 느끼고 확인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실적, 평가, 인사 및 보상을 입체적으로 연결하여 변화관리에 동참한 사람은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마인드를 조직내에 확산시켜야 한다.

변화관리 마인드는 핵심가치 공유(SharedVision)를 매개로 확산된다. 지멘스(Siemens) 직원의 70%는 자사가 고객가치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설문응답을 보였고, 다임러 크라이슬러(DaimlerChrysler)는 독일 장인정신에 입각해 품질을 공유가치로 문화화 시켰다. 변화관리 성공 사례로 유명한 영국계 보험사인 NorwichUnion은 비전에서 성과측정까지(Vision-Mission-Values-Objectives-Strategies-PerformanceMeasures)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단계별 변화관리실행을 통해 구성원들의 마인드 셋을 고취시켰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주도할 수 있어야

고객이 사랑하는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사랑하는 나의 고객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기업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환경이 변할 때가지 기다려서 그때서야 대안을 제시하는 수동적 대응만으로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단순한적응의 수준을 넘어 게임의 법칙을 새로 셋팅할 수 있는 역량(Rule-Setting Capability)을 가진 기업이라면 어떠한 환경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는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LG경제연구원 홍석빈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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