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 산업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이로 인한 글로벌 경쟁의 파고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는 한국의 화학기업들이 글로벌전략을 수립함에 앞서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급격한 환경 변화는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현 시대가 많은 부분에서 국가 간의 상호의존성이 높은 글로벌 경제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데에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린 산업 중의 하나로 평가되는 화학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 석유 화학을 주축으로 한 화학 산업은 북미, 유럽, 아시아 등 3대 권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 산업(Regional Industry)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전자, 자동차 등 수요 산업의 글로벌화가속, R&D 비용 확대, 신흥 시장의 급팽창, 자본 시장의자유화 등 환경 변화가 가속되면서 화학산업도 글로벌산업(Global Industry)으로 빠르게 거듭나고 있다. 생존을 위한 글로벌 전략 필요글로벌화 된 산업에서 특정 상품에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업은 다른 시장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학 산업 역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우리가 텃밭이라 생각하던 주요 시장에 머지않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글로벌 화학 기업의 중국 및 아시아지역 사업 강화와 중국 로컬 기업들의 거센 추격은 우리기업들의 중국 현지 사업 및 수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둘째, 글로벌 기업과 중동 기업에서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투자가 마무리 되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경우, PE/PP 등의 기초화학제품이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게 될 것이다. 셋째, 글로벌 화학 기업들이 일찌감치 방향을 설정해 추진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마무리 되면, 우리 기업이 미래에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는 제품과 사업 분야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되면, 국내 화학기업들은 미래의 성장 여지가 현저하게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우리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거대 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 중국 시장의 공급 과잉, 그리고 FTA 등을 통해 무역장벽이 제거될 경우, 가장 최악의 상황은 한국 내수 시장에까지 글로벌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침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화학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이다. 우선은 텃밭 수성을 위해‘적극적인 방어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한정된 시장 내에서 기존 시장 지위가 우월하기 때문에, 경쟁의 법칙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방어 전략의 핵심이다. 시장 세분화를 통해 가치가 높은 고객에 집중하거나, 유통구조에 변화를 일으켜 글로벌 기업이 경쟁하기 어렵게 시장 구조를 재편할 수도 있다. 또한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한 고객이 이탈하기 어렵게 맞춤형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값 싸고 질 좋은 제품에 손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일부 여지는 남아 있겠으나 방어전략 만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탈 고객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공격적인 확장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글로벌 환경의 변화는 한 곳에 머무는 기업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우리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장을 파악해 적극적으로 침투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경쟁의 법칙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변화시킬 여지는 적다. 기술 및 원가 경쟁력 우위를 무기로 글로벌 경쟁에 익숙한 경쟁자들과 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넓고 고객은 많다. 성장을 견인할수 있는 제품, 지역, 그리고 가치사슬의 확장 측면에서 비교적 가능성 높은 부분에 집중해 성장의 교두보를 만드는 것이 확장전략의 첫 걸음이다. 환경 변화와 경쟁 기업들의 행보를 볼 때, 우리기업이 위축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은 글로벌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 성공적 글로벌 전략 수립을 위한 고려 요인전략론의 거장 마이클 포터(M. Porter) 교수는 글로벌 전략을 두 가지로 정의하였다. ▲기업 활동을 어떻게 전 세계에 배치(Configuration)할 것인가와 ▲배치된 활동을 어떻게 조정(Coordination)할 것인가이다. 여기서‘배치’란 R&D, 생산, 판매활동 등 기업의 가치사슬을 어떤 국가들에 배치시킬 것인가에 대한문제이고, ‘조정’이란 정보의 공유, 책임 및 권한의할당을 통해 이러한 가치사슬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비우호적 환경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 수립에 있어서 무엇을 고려해야 할 것인가? 전략 수립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은 수없이 많겠지만, 여기서는 글로벌 전략 수립에 앞서 필요한 사항들을 최근의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전략적 행보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기업이 행하는 모든 경영 활동은 기업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글로벌 전략 수립 역시기업의 비전 달성을 위한 방법이므로, 먼저 비전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명확한 비전은 기업이 어디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지 결정하는, 즉 전략의방향성 정립을 위해 필수적인 사항이다. 일반적으로 비전은 사업 포트폴리오로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화학 산업에서는 현재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범용 소재 중심의 사업구조이고, 다른 한 편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스페셜티 중심의 사업구조 이다.두 방향 중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선진 글로벌 기업들은 이중 한가지에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추세이다. BASF와 Dow는 광범위한 기초 화학제품, 중간 유도품, 폴리머를 공급하는 세계적 화학기업이다. 특히, BASF는 석유와 천연가스 부문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간 유도품 및 다운스트림까지 일관 생산하고 있다. Dow는 구미 화학기업으로는 드물게 범용 석유화학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면서 저비용 사업구조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DuPont과 Bayer는 고수익 지식집약형 화학제품에 집중하는 모델 구축에 전력을 쏟고 있다.DuPont은 농업·식품 관련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정보·통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Bayer는 기존 의약사업을 유지하면서 Aventis의 농약사업을 인수해 농업분야의 최고봉에 올라 섰고, PC와 폴리우레탄을 주력으로 하는 소재부문을 포함해 3개 사업의 지주기업으로 전환한 상태이다. 선진 글로벌 기업들이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지만, 이것이 고정되어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들은 미래에 전개될 새로운 경쟁의 법칙에 대비해, 최적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조정, 관리하고 있다.
화학산업은 자본집약적이고 고정자산 규모가 큰 특성으로 인해 재투자에 사용할 자산을 관리하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M&A나 합작을 통한 글로벌 사업 확장 및 역량 강화가 활성화 된 시기에는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을 기회비용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보유 자산을 유동적으로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에 나타나는 기회를 적시에 잡아 투자할 수 있다. GE 만큼 이러한 자산관리에 있어서 유연성을 보여주는 기업도 없을 것이다. GE는 전체적인 자산건전성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경영상태가 좋은 사업이라도 과감하게 매각을 결정한다. 현재GE의 CEO인 이멜트는 지난해 말 강연에서 향후 10년간 전체 사업 비중을 금융사업 40%, 헬스케어 사업 30%, 엔터테인먼트 등의 종합산업 30%와 같이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 전환시킬 것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작년에는 GEAdvanced Material을 글로벌 투자기업 ApolloManagement에 매각해 22억 달러의 순수익을 창출하였다. GE Advanced Material은 2005년 매출이25억 달러에 달하고 실리콘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2위의 건실한 실적을 올리는 사업이었으나, 비전략 사업으로 구분되어 전사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된 것이다. 또, 최근에는 2005년 매출이 66억 달러에 이르고 기능성 수지 부문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GE Plastics를 약 100억 달러에 매각하려 하고 있다. GE Plastics의 첨단 소재는 자동차, 항공, 군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GM을 비롯한 대형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으나, GE Advanced Material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되었다. 대신GE는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가진 첨단 기술 사업에 투자한다는 전략에 따라 영국의 항공부품 및 시스템제조업체인 Smiths Aerospace를 48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하였다.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사업 확장을위해 의료기기 장비업체인 Abbott Laboratory의 진단장비 사업부를 81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하였다. GE가 범세계적인 M&A를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성장하는 데에는 GE Capital의 전 세계적인 영업망을 통해 확보한 정보, 금융 노하우, M&A 역량 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Fortune은 GE Capital을 잭 웰치 회장의 비밀 병기라고까지 표현했다. GE는 GE Capital의 자산관리 역량을 활용하여 고정자산을 최소화,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성장동력을 민첩하게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을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사업수행 체제 정비가 필수적이다. 고객 및 지역사회와의장기 신뢰 관계 구축이 중요한 화학산업에 있어서는 특히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바로 리스크 관리이다. 화학산업은 한 번 생산시설이 가동되면, 가동 연한이 매우 긴 특징이 있다. 화학기업이 운영하는 시설은 열과 압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화학제품의 원재료들은 상당수가 인체에 유해하거나 폭발성이 있기 때문에, 화학산업에서 의 EHS(Environment/Health/Safety 만일 EHS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해당 국가, 지역사회,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의심받기 시작하면, 이들과의 장기 신뢰 관계 형성이 어려워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업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특히, 이러한 EHS 관리에 실패해 독가스 유출이나 플랜트 폭발이라도 일어나는 경우, 기업의 운명이 좌지우지할 뿐더러 화학 산업 전체에도 악 영향을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익숙한 지역이 아닌 생소한 해외 지역으로 진출할 경우, 기존에 파악했던 것보다 더 많은 리스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Dupont의 경우 90년대 중반, 위험관리 정책, 지침, 전략으로 구성되는 전사적 위험관리(ERM,Enterprise Risk Management)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체계화된 관리 프레임워크와 계량적인 위험 측정 지표, EAR(Earnings at Risk)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요인에서 발생하는 위험들을 전사적으로 통합관리하고 있다. 또한 Dupont은 ERM의 개념과 목적, 위험관리 위원회의 구조와 역할 등을 명시하는 한편, 위험관리 활동의 책임 소재, 위험 노출 수준의측정 방법 및 위험 대응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DuPont은 이러한 ERM 시스템을 전세계에 펼쳐 있는 모든 사업장에 공통적으로 적용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 경영의 중요성이 확대됨에 따라, 리스크 관리를 지속가능 경영으로 확장시켜 적용하고 있다. BASF는 중국에 자사의 핵심 역량인 페어분트(Verbund)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페어분트는 최적의 효율성을 창출하도록 생산설비를 배치하는 전략으로 수직계열화와 비슷한 의미이기도 하다. 즉, 공장과 공장을 연결해 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다른 공장의 원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물류비를 절감하면서 부산물과 폐기물까지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생산과 에너지 부분은 물론이고 구매, 소비자,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하나의 공동체라고 보는 개념은 현재 BASF의 핵심철학이 되었다. BASF는 이를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적용시키고 있다. 120여 년 전부터 거래를 해온 중국 사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역 경제개발,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을 경영의 가치이자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학계 및 중국 지속가능 개발사업 위원회를 후원하는 등 경제적, 사회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BASF는 환경분야에서 2012년까지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방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범세계적으로 하고 있으며, EU의 신화학물질 정책에 대비해 2008년까지 1년에 1톤 이상 취급하는 모든 화학제품 관련DB를 구축하고 있다. BASF는 지속적인 친환경 제품 개발과 페어분트 사이트 활용을 통해 환경적 기여를 함으로써, 이미 오랫동안 이어진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 관계를 더욱 탄탄히 다지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에의 시사점최근의 환경 변화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화학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화학기업들은 글로벌화 수준만이 아니라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조차 낮은 편이다. 글로벌 전략의 대가인 G.Hamel과 C. K. Prahalad도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전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거나 낮은 비용으로 가격경쟁을 하는 것 등으로만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업 확장을 위한 해외 사업 전략을 글로벌 전략이라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McKinsey는「한국 재창조의 길」이라는 보고서에서‘한국 기업은 세계 수준의 제품과 마케팅기술 개발이 상대적으로 미미하였다. 제품 수요를 촉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제품이 저절로 판매되리 라고 생각했다. 다가오는 시장 개방에 대비해 차별화 정신을 배가해야 한다’ 라고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지금, 우리 기업들은 이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한국 화학기업들은 글로벌 화학 산업 전반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느끼고 글로벌 경쟁을 위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체 사업을 포괄하는 글로벌 전략의 기본 관점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자사 특성에 맞춰 고유의 글로벌전략을 수립, 실행해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윤여중 선임연구원 |
보도자료 통신사 뉴스와이어(www.newswire.co.kr) 배포
'전망·트랜드 > 경제·마케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조적 모방, 혁신으로 가는 길 (0) | 2014.03.31 |
---|---|
경영성과를 통해 본 한국 우량기업의 경쟁력 평가 (0) | 2014.03.31 |
기업의 미래 선견력을 높여라 (0) | 2014.03.31 |
풀브라우징, 통신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0) | 2014.03.31 |
사례를 통해 본 오픈 이노베이션 (0) | 2014.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