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기업 도산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도율 또는 부도업체 수로만 보면 기업 도산 리스크는 여전히 안정적이다. 전국 어음부도율은 7월까지 8개월 연속 0.0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부도업체 수 역시 SK 글로벌 및 카드채 위기 등으로 500개를 넘어섰던 2003년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분석 결과,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들 잠재적 부실 기업들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져 기업 도산이 현실화될 경우 경제에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부도율이라는 수면 아래 잠복하고 있는 기업 도산 리스크는 계속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 잠재적 부실 기업의 이익창출능력 약화되는 추세거래소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전반적인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은 꾸준히 개선되고있는 데 반해,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잠재적 부실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상장기업 전체의 이자보상배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1999년 1.2에 불과하던 이자보상배율은 2005년 3.2로 높아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3.4까지 상승했다. 반면, 잠재적부실 기업군의 이자보상배율은 악화되는 추세다. 1999년 -0.6에서 2000년 0.2로 다소 높아졌지만 이후 다시 하락하여 올해 상반기에는 -1.2까지 낮아졌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하고 있음은 이들 취약 기업의 도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잠재적 부실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 하락은 이들 기업의 이익창출능력 약화를 반영하는 결과로 보인다. 잠재적 부실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1999년 628%에서 올해 상반기 115%로 하락하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상당 폭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자보상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잠재적 부실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05년 -1.3%에서 올해 상반기 -2.0%로 악화되었고, 이를 반영하듯 이자보상배율도 2004년 -1.1에서 2005년 -1.0으로 소폭 개선되는 듯 하다가 올해 상반기 -1.2로 다시 하락했다. 결국, 고유가, 원화 강세, 경기 회복세둔화 등 최근의 대내외 경제 악재들이 재무구조 및 수익성 측면에서 취약한 기업들에 상대적으로 보다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기업 도산의 경제적 충격 과거에 비해 확대더욱 우려되는 것은 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잠재적 부실 기업들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이들 기업이 부실화 될 경우 경제에 미칠 충격이 과거에 비해 더욱 커질 수 있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상장기업 중 잠재적부실 기업들의 수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들의 수는 2000년 176개까지 늘어났다가 이후130~140여 개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중 비중도 24~25% 수준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장기업 전체의 매출 또는 시가총액에서 잠재적 부실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과거에 비해 매출액이 많거나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이잠재적 부실 기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들이 상장기업전체 매출 중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8.0%에서올해 상반기에는 18.8%로 2.4배 늘어났다. 상장기업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동안 4.3%에서 14.7%로 3.4배나 늘어났다. 잠재적 부실 기업들이 실제로 도산할 경우 우리 경제의 생산 및 매출 활동,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
■ 수출 및 건설 기업의 도산 리스크 추이에 주목해야최근의 기업 도산 리스크 상승과 관련하여 상장기업 중에서는 수출 기업, 중소기업 중에서는 건설 기업들의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상장기업 내의 잠재적 부실 기업 중 수출 기업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전체 매출 중 수출 부문의 매출이 절반 이상인 기업을 수출기업으로 분류할 때, 잠재적 부실 기업 중 수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18.3%에서 올해 상반기 43.4%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기업 부실화의 정도가 수출 경기와 환율의 움직임에 과거보다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향후 원화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 경기 악화는 잠재적 부실기업들의 도산 리스크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건설 경기 급랭으로 인해 중소 건설 기업들의 도산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6만4천 채로 1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2분기 지방 건설수주가 전년동기대비 25.7%나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주택 사업의비중이 높은 지방 중소 건설 업체들의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지난 7월 전국 부도업체 수는 211개로 6월 210개에비해 1개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부도 건설업체 수는 31개에서 37개로 6개나 늘어나 여타 업종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건설 경기 부진의 영향이 그 동안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하던 대형업체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중소 건설업체들의BSI(경기실사지수)가 53.7로 악화되었을 당시에도 100을 기록했던 대형 건설업체들의 BSI가 8월에는 33.3으로 급락했다. 중소 건설업체들의 BSI인 31.4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악화된 것이다.
■ 건설 경기발 금융 리스크 높아져건설 기업들의 도산 리스크 상승은 금융시장에도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동산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던 상반기까지만 해도 금융기관들이 건설업에 대한 여신 규모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예금은행들의 가계대출금 규모는 전년동기대비 5.7%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동안 건설업에 대한 대출금은 23%나 늘어나30조원 수준을 넘어섰다. 건설 사업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및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도 크게 늘어 5대 시중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실적은 올해 상반기 6개월 만에 15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건설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금융기관들은 건설업에대한 추가 자금 제공을 꺼리는 모습이다. 그 영향을 반영하여 건설 사업 관련 ABS를 위주로 올해 상반기 중 전년동기대비 39%나 늘어났던 일반 기업들의 ABS 발행액은 7월에 전월대비 67%나 감소했다. 금융 감독 당국 역시 금융기관들의 건설업관련 여신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금융 감독 당국은 은행들로 하여금 건설 사업에 대한 여신심사 시에 개발 사업의 공정률, 분양률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지시했다. 건설 업체들이 발행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신용보증을 늘려 온 증권사들에 대해서도 추가 신용보증을 자제하도록 지도에 나섰다. 그 결과, 6월 96.2까지 높아졌던 건설업체들의 자금조달 BSI는 8월 75.6으로 하락했고, 상대적으로 양호하던 대형업체들의 자금조달 BSI도 같은 기간 128.6에서 66.7로 급락했다. 건설 경기 부진과 금융 경색이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및 지방 건설 기업들을 중심으로 도산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 수면 아래의 기업 도산 리스크 동향 예의주시해야현재의 부도율 또는 부도업체 수 추이만을 살펴보고 기업 도산 리스크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아직 도산이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도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잠재적 부실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은 올해 상반기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잠재적 부실 기업들이 기업 전체 매출 또는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기업 도산이 현실화될 경우 경제적 충격의 크기가 과거에 비해 더욱 클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밖으로 드러난 환부에 비해 속으로 곪아가는 부위가 더욱 클 경우 상처의 후유증은 더욱 클 수 있다. 이와 함께 건설 및 수출 부문 등 최근 기업 도산이 늘어나고 있거나 잠재적 부실기업이 다수 포함된 부문의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둔화되고 있는 부문의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이들 기업의 도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해당부문의 생산 활동이 더욱 둔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경우 자칫 해당 부문뿐만 아니라 전체 실물경기의 둔화 폭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분기 대비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0.8%를 기록했던 올해 2분기에도 -2.7%의 증가율을 기록한 건설업 부문이 전체 경제성장률 둔화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최근 경기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건설부문에 대한 금융기관 및 감독 당국의 리스크 관리활동의 수위와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외환위기, 대우 및 현대 사태, 카드채 위기 등을 거치면서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된 결과, 기업 부실이 대규모 금융 부실로 전이될 위험성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30조원을 넘어선 건설업 여신규모를 감안할 때, 건설 기업들의 도산 리스크상승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 건전성 및 수익성 측면에서 한계 상황에 직면한 일부 부실 건설 업체들의 도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급격한 도산 증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건설 부문의 장기적인 활력 제고 차원의 구조조정 효과를 거두기 위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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